젊은남자와 길을 나선 투구요원이 간 곳은 기차역이였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여행길이라 빠르면 빠를수록 좋았으니까.

 

아침 겸 점심은 기차안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좋아, 첫번째 도착역으로 가는 티켓은 끊었어. 다시 갈아타고 달려야하는게 흠이지만."

"평일 아침이다보니 사람들이 많이 구입하진 않았네요."

 

 

그러게 말이야.

아 그러고 보니,

 

 

"돈 없다고 소개할땐 언제고 그래도 열차값 정도는 있네?"

"이것마저 준비 안하면 내쫒김 당할게 분명한데 이정도는 있죠. 다만 음식값이 없을 뿐이지만.."

 

 

빌어먹을 사장자식.

이런 놈을 확인도 안하고 의뢰를 수락했다고?

 

 

아니지, 그 능글맞은 웃음에서 독사같은 쐣바닥을 쏴대는 인간이니 알고도 허락했을거야

어차피 돈 쓰는건 나라 이거지?

 

 

"음식값은."

 

확실히는 해두자.

 

 

"너가 사례할 의뢰비에서 추가할거야."

"아..감사합니다."

 

 

이 의뢰만 끝나고 나면 사장놈을 어떻게 엿맥일까도 생각해 놔야지.

대놓고 생고생을....

 

 

"아..저기"

"어?"

 

 

그래도 뭔가 미안함은 아는건가.

 

 

"이왕 베푸신김에.. 숙소 잡을때 제 몫까지도 좀"

 

"빨리 기차로 꺼져!!!!"

 

 

마침 타이밍좋게 도착한 기차에 투구는 젊은남자를 밀어넣었다.

 

둘이 착석하자마자 기차는 출발했고, 잠시 후 둘은 기차안에서 음식을 판매하는 칸으로 가서 음식을 주문해 먹었다.

 

투구의 틈 사이로 음식을 밀어넣어 사라지는 모습을 본 직원들의 놀라움은 덤으로.

 

식사를 마치고 다시 본인들이 앉는 자리로 돌아온 투구요원과 젊은남자는 휴식을 취했다.

 

총 4명이 앉을 수 있는 의자 두개가 서로를 마주보고 창틀을 바라볼수 있는 이 자리에는

단 둘이서만 마주보고 앉아있었고, 둘은 잡담을 시작했다.

 

 

젊은남자는 본인을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면서 일용직일을 전전하다가 

황금투구가 살던 지역까지 오게 된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방랑벽이 있어 세상 어디든지 모르는 곳들을 떠돌면서 하나씩 느껴가는게 삶의 목표라고.

그러면서 본인은 한번도 돈 때문에 불행해본적이 없다고 말했다.

 

 

"웃기시네, 그런 사람이 식비 숙소비도 없어서 해결사한테 빌어먹으세요?"

"하루 살아갈 수 있는 돈만 받아서 그때그때 쓰는데 그런 비용을 어떻게 마련해요;"

 

 

"애초에 그러면 의뢰를 맡기지를 말던가! 왜 갑자기 그렇게 자유롭게 살아놓고 어머니 무덤이 보고싶대?"

"저도 이 지역에서 더 머무르지 않고 다른 이름모르는 지역으로 떠나려고 했어요. 그런데"

 

"그런데?"

 

갑자기 말이 막혔다.

 

 

"...그냥 뭐 있잖아요. 더이상 이런 삶은 그만두고 가족을 위해서 살아야 할 것 같은? 뭐 그런거죠."

 

참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데.

 

이제껏 떠돌이방황길에서 갑자기 하루아침에 철 들어서 고향으로 돌아가겠다고?

 

 

그런 생각을 머릿속으로 계속 품고 있던 황금투구앞에서

그 남자는 화제를 바꾸려는 듯 다른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사람들이 없으니까 4인용 자리를 둘이서 차지한건 좋은데, 4일동안 달려야하는데 누울 침대조차 없는

객실 자리라 좀 그렇네요."

 

 

"아무리 사람없다고 해도 니말대로 4일동안 달리는데 누가 미쳤다고 이런 앉는 자리를 신청하겠어? 당연히 한방에 폐쇄된 침대있는 객실들은 다 매진이지."

 

 

너도 즉시 가기로 동의했으니까 할말없을걸? 이라는 제스처와 함께 황금투구는 자리에 누워버렸다.

 

"그냥 밤낮으로 쭉 자자고. 그럼 4일도 훌쩍 가겠지."

 

"예 그러죠."

 

그 뒤로 4일이 흘러 드디어 기차 플랫폼에 내리게 되었고, 젊은남자나 투구요원이나 컨디션이 나빠보이진 않았다.

 

"그래도 누워서 갈 수 있어서 이정도면 나쁘지 않았네요, 심심해 죽을뻔 했지만"

 

"이대로 두시간 더 기다려서 또 기차에 타야되는게 좀 나쁘긴 하지만 말이야"

 

두 사람은 플랫폼의 벤치에 앉아서 조용히 기차를 기다렸다.

 

그 침묵을 깬건 남자였다.

 

 

"투구씨"

"듣고있어"

 

 

"투구씨는 가족이 있나요?"

"?"

 

 

난데없는 가족질문에 갸우뚱하는 투구요원.

 

"투구씨는 되게 특이한 캐릭터잖아요. 가족들이 그 모습에 어떻게 반응하나 궁금해서요."

 

"혈육을 말하는거면 아마 없어. 아주 아기때부터 버려져서 보육원에서 자랐거든."

 

"아..."

 

 

그 얄미워보였던 저녀석이 저런 표정을 하니 약간 이상하군 그래.

 

"정확히는 있긴 했었겠지만, 부모가 어디서 뭘 하는지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지. 형제는 있나없나도 모르고."

 

"궁금하시진 않았나요? 해결사일 하시면서 깨우친 노하우로 뭔가 알아내실수도 있었을텐데요."

 

"글쎄...아예 알아볼 수 있는 껀덕지 자체가 없었는걸?"

 

"예?"

 

"내가 어릴적에 있던 보육원은 여기서 아주 멀리 있거든."

 

"제 고향으로 가는 지금보다 훨씬 먼가요?"

 

흐흣. 투구에서 짧은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훠얼씬 멀지. 여기 사람들은 전혀 모를지역일거야. 아무도."

"???"

 

 

아니 도대체 어디길래?

본인이 방랑하면서 알아온 그 수많은 지역들도 모두 아니란 말인가?

 

 

"이 세상이 엄청나게 넓은건 알고 있을거아니야 그렇지? 기차로 온세상을 돌아다녀도 천년이상을 가야 거의 안다고 할 정도로."

 

"그럼요. 기차가 발명되고 달리고 있으면서도 온 세상을 못 도는 이유라고들 하죠."

개척되지 않은 미 지역들이 엄청나게 많다는 것도.

 

 

"내가 완전 정 반대쪽, 아니면 정정 반대쪽에서 온 사람이라면 믿을 것 같아?"

"!"

 

 

"나도 정확히 어디서 온 지 몰라서 하는 말이야. 행성 전체가 적혀있는 말도 안되는 지도라도 있으면 모를까. 적어도 이 지역으로 온 것보다 내가 자라던 지역에 있던 시간이 훨씬 길었지."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시는거에요? 나를 놀리는 것도 아니고 사이비 종교인줄 알았네. 그 말이 사실이래도 그럼 어떻게 여기까지 오신건데요? 1000년 이상을 가야 한다면 투구씨는 이미 늙어 죽었어도 한참전에 죽었어야 하잖아요."

 

 

그의 이유있는 항변에 투구요원은 그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여자."

 

 

여자?

 

 

"한 여자가, 데려다줬어."

 

 

여자가 데려다줘?

 

 

"여기로."

 

 

"그게 무슨...."

 

 

황금투구는 손가락으로 밑을 가리킨 뒤에, 도착한 기차를 향해 일어나 걸음을 옮겼다.

기차가 플랫폼으로 밀려오는 소리에, 그뒤에 했던 젊은 남자의 말을 완벽히 묻어버렸다.

 

 

"잠깐, 같이가요!"

 

그가 황급히 기차에 올랐고

 

기차는 다시 한번 플랫폼을 떠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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