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뭐.. 거창한 이유라고 할것 까지 있나요"

"?"

 

 

"그냥 어머니 한번 다시 뵙고 싶을 뿐입니다. 2년전에 잃어버린 충격이 아직까지도 크거든요."

"그리고 다른 건?"

"없습니다."

 

 

그래?

 

그래도 뭔가 이상한걸.

 

고작 한번 데려다주는걸로 그 소중한 어머니 무덤을 파내서 지불한다고?

 

하지만,

 

 

"그럼 됐어. 언제 출발하지?"

적어도 사장의 룰에는 위반되지 않으니 그냥 진행해도 되겠지.

 

 

"어.. 사실 전 지금 당장이라도 상관없습니다."

"뭐 챙길거리라도 준비해야 되지 않아?"

 

"뭐가 없어서요. 저는 가난뱅이 여서.."

";;;"

 

 

막나가는 의뢰인 이구만.

가진건 입은 옷 뿐이고 식량이고 도구고 아무것도 없는 모양이다.

 

 

아 애초에 경호업체에 도움 청하지 않은 것만 봐도 이해했다 생각했는데.

상상 이상이네.

 

 

"그러면 여기서 1시간 정도 기다려봐. 나는 짐 가지고 나올테니."

"아.. 바로 가능하시겠습니까?"

 

 

"나도 그다지 많이 안가지고 다니니까. 무덤이 있는 지역까지는 여기서 얼마나 걸려?"

"엘더보른이라는 곳입니다. 적어도 7일은 걸릴거에요."

 

"알았어."

 

 

투구요원은 말을 마치고 카페를 나왔다.

이런 즉석적인 출발은 얼마 해보지 않았는데.

 

 

어차피 빨리 끝날수록 휴식시간만 늘어나니 상관없나?

그렇게 생각 한번하고 다시 회사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다시 들어간 회사안은, 여전히 여유롭고 한산해보였다.

직원들이 서로 대화하는 데에만 힘을 쏟고 있었으니까.

 

 

애초에 사장이 깊이있는 취재는 때려치고 맨날 일상 운세 날씨만 찍어 내보내니 여유롭지.

그 와중에 월급은 꼬박꼬박 잘 주니 그것도 참 신기하단말이야.

 

 

그나마 룰이라면 야근 절대금지 정도? 야근수당 얹어주기 싫다고 시간되면 무조건 퇴근시켜버린다.

 

 

근데 직원들 다 퇴근하고나서 '내가 이 멋진 건물 사장이다!'를 회사건물 전체를 미친인간처럼 뛰어다니면서

외쳐대는 사장(놈)을 본 후에는 그 룰의 이유마저 의심스러워졌다.

 

 

"투구씨 오늘 많이 바쁘네? 과자라도 좀 줄까?"

"괜찮아요. 바로 나가봐야해서"

 

 

"오! 드디어 의뢰구나! 축하해요. 조심해서 다녀와요."

 

그래도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들어서 그런지 직원들은 하나같이 친절했다.

 

다들 이런 직장을 많이 원할거야. 성공에 불타는 직원이라면 지루한 천국이겠지?

 

"사장님, 의뢰 출발합니다. 여행경비를 좀 요청드리고 싶은데요."

 

"오 벌써? 그 친구 참 빠꾸없구만 하하하하하"

 

참으로 사장스러운 언어선택이옵니다.

 

 

"그 친구 말로는 7일 정도 걸린답니다. 목적지까지도 아니고 목적지가 있는 지역에 도착이 7일이요."

"어 그래? 되게 멀리서 왔나보네~? 하하하"

 

 

자기 일 아니라 이거지?

'고생 좀 하겠네~'라는 웃음을 잔뜩 머금은 그 표정이 굉장히 얄미워진다.

 

 

"워워~ 진정하라고 투구요원. 기차가 있는 세상에서 그정도 걸리는 지역은 도대체 어디지?"

"엘더보른 이라는 곳이라는데요"

 

"엘더보른!"

 

 

하여튼 말 바꾸기는 프로급이다.

 

"그곳은 빵이 굉장히 유명한데~ 부러운걸. 엄청 멀어서 그렇지~"

"관광하러 가는게 아니잖아요."

 

 

"좋아, 사장의 이름으로 자네에게 서브미션을 하나 주지!"

"?"

 

 

또 뭔 이상한 말을 할라고

 

 

"거기 가서 꽈배기 한묶음 사와!"

"개소리하지마요."

 

 

진지하게 말하길래 뭔가 있는줄 알았더니..

내 생에 가장 단호한 대답이라고 생각한다.

 

 

"아 왜~ 거기 빵 진짜 맛있다고~"

"직접 가서 사드세요 뭘 그걸 사오래"

 

 

"투구씨.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 아는가?"

"갑자기 뭔"

 

 

"아직 우리는 우리 행성 반대편은 커녕 반의반도 모르지. 그정도로 거대한 거야 우리가 사는 세상은."

"아..뭐 그렇죠."

 

 

 

전문가들은 이 세상이 너무 심각하게 넓어서, 우리가 늙어 죽을때까지 다 알지 못할것이다 라고 전망중이다.

 

"우리 인간들이 사는 이 지역들을 벗어난 지역에 어떤 종족,환경,광물,여자! 들이 있을지 모른다고!"

 

"마지막에 좀 이상한데요"

 

"다 수백년 수천년전 조상들이 남겨둔 기록들에나 의존하지. 그마저도 그냥 상상해서 써낸 신화일수도 있고.

돈벌이는 중요하잖아! 하하하하!"

 

 

"그래도 개척중인 지역에서 한번도 본적없는 이상한 짐승들이랑 괴이한 현상들이 많이 일어난다고들 하잖아요."

"그래! 아직 우리가 알 수 있는게 무한대로 늘어난다는 뜻이지!"

 

아...또 이사람 말놀림에 말려버렸다.

 

그냥 아무말이나 던지는거 같은데 결국엔 모든 결론이 빵 사오라는거다.

 

 

"아~ 하늘을 날 수 있으면 얼마나좋을까! 그런 시대가 올까 투구요원?"

"아 알았어요! 알았어! 사오면되잖아요!"

 

 

"아주좋아."

"그럼 일주일 치 예산은 받아갑니다."

 

 

"잘 다녀와~ 옆 사무실 예산담당 아가씨에게 요청하면 바로 될거야~"

 

아주 흡족한 얼굴로 예산승인 종이에 도장을 찍어주는 사장.

 

그런데 도장찍고 밑에다 작은 글씨로 무언가 적고 있다.

 

 

"뭐 하시는 거에요?"

"예산담당 아가씨에게 해줄 말을 적고있지 '그 아름다운 얼굴을 가진 우리 회사의 보물이여, 나랑 이따 밥이라도..'

 

"갔다올게요."

 

 

투구요원은 적고 있던 종이를 홱 낚아채서 방을 나갔고

사장의 아! 하는 외마디 외침과 함께 사장실 문이 닫혔다.

 

 

결국 예산 승인서를 제출하고 돈도 받았고, 이제 집으로 가서 장비만 챙겨오면 된다.

바로 받고 가려했으나 안타깝게도 사장의 이상한 땡깡에 말려버려서 시간이 지체되었다.

 

 

"계속 달려야겠는걸"

 

회사야 도시안에 위치하고 있지만 투구요원의 집은 교외지역에 따로 지정되어 있었다.

 

 

교외다보니 도시안에서보다 치안이나 안전함이 떨어지는건 사실이였지만

그다지 빽빽한 건물들에 둘러싸여서 살고싶지는 않았던 투구요원 입장에서는 오히려 괜찮았다.

 

 

 

 

그냥 들판위에 지어진 고풍스러운 저택.

 

원래는 사장이 도시를 벗어나고 싶을때 경치를 볼 별장 겸 와인하우스로 쓰려 했던 저택이였는데

처음 투구요원을 만나고 같이 일을 하게 되었을 때 선물해주었다. 그 이야기는 나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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