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고? 말?"
남자가 웃기 시작하자 주위에 있던 사람들도 다 같이 비웃기 시작했다.
"아~ 말 빌리려고 오셨구나? 여기까지?"
"2마리면 돼."
"지금 장난하나"
뚝. 그 남자의 웃음이 끊기고 정색하며 노려보기 시작했다.
"여기가 뭐 하는 곳인지는 아나?"
"대충은."
"대충이 아닌 거 같은데? 뒤통수 후려 맞고 기절 안 하려고 몇백 년 전 구닥다리 철 깡통을 뒤집어쓰신 걸 보니.
칼도 두 자루나?"
"아예 벗겨지지가 않아"
"이야... 이거 진짜 제대로 미친놈이네. 병원부터 가봐야겠는데 이 친구."
또다시 들려오는 비웃음들.
"그래도. 그 투구는 나쁘지 않은데? 어디서 구하셨나? 요즘도 그런 걸 만드나. 뭐 코스튬 대회? 골동품 제작자?
총이 판치는 시대에 그딴 구식철덩이를 만들다니. 사실 난 골동품들 모으는 게 취미거든 .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게.."
남자의 눈빛이 달라졌다.
"황금색인 게 맘에 들어. 황금으로 만들어진 투구라! 담보로 맡기면은 꽤 값을 쳐줄 수 있지... 도금이어도 말이야. 누가 만들어줬지? 나중에 나도 한번 찾아가야겠어."
"기절했다 일어나 보니 씌워져 있었다."
"진짜 미친놈 정신병자냐?"
학을 뗐다는 듯 이마에 손을 갖다 댔다가 떼는 남자.
그러더니 약간의 눈짓을 보낸다.
"내가 더 놀아주고는 싶은데... 시간이 좀 없거든. 어차피 그 투구 쓴 멋진 내 모습을 남기려면 사진을 찍어야 하는데 흑백이라 황금색도 안 나오고 스튜디오에서 가지런히 손 올리고 앉아서 3분에서 15분까지 가만히 있어야 된다던데 나는 10초간 가만히 있으래도 못하는 사람이어서 말이지. 그러니까.."
투구 뒤에 한 남자가 야구배트를 들고 다가왔다.
"정강이 뒤쪽을 쳐버려"
있는 힘껏 방망이를 들어 올려 휘둘렀고 제대로 강타했다. 보통의 인간이었다면 뼈가 부러지는 고통에
뒹굴뒹굴 굴러야 할 상황.
하지만.
"저기 건물 옆에 말 다섯 마리를 세워뒀길래 좀 빌리는 건데"
투구는 순식간에 뒤에서 습격한 남자의 머리를 잡고 던져버렸고
남자는 비명도 못 지르고 문 옆의 벽을 뚫어버리고 추락했다.
"그게 그렇게 아깝나?"
밖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났고 주위의 사내들은 제각기 칼이나 연장 등을 꺼내기 시작했다.
"거기 고리대금업 대장 놈. 어차피 생계가 당장 부족한 사람들 좋은 조건이라고 속여서 돈 빌리게 한 다음에 말도 안 되는 이자를 뒤에 붙여서 하루 종일 괴롭히는 짓거리나 할 텐데 그 말이 그렇게 소중하진 않잖아 그치?"
"... 역시 칼 차고 투구 뒤집어쓰고 쳐들어올 때부터 알아봤지. 어디서 보냈지? 길드 놈들이냐?"
"길.. 뭐요?"
말이 끝나자마자 연장을 든 조직원들이 한꺼번에 덤벼들었다.
"미리 정강이 부분 바지 속에 뭔가를 넣어둔 치밀한 놈이다. 머리랑 그 부분 말고 다른 데를 노려!"
"뭐 넣어둔게 없어서 유감이군 그래."
잠시 후.
고리대금업자의 공간은 180도로 변해있었다.
나름 깔끔하다고 정리해둔 방은 온갖 곳이 크게 뚫려있었고 사방에 총탄 자국, 대금업자의 부하들이 쓰러져있었다.
그리고 그가 아끼는 듯한 모피 의자 역시 박살이 나있었다.
"너..... 넌 사람이 아니군."
"인간 맞거든?"
땅바닥에 주저앉아 후들거리는 다리를 애써 진정시키며 담배를 무는 고리대금업자.
"그래도 놀랐네 30명씩이나 건물 안에 있을 줄이야. 나쁜 새끼들이긴 해도 고작 말 빌리는데 사람 죽이는 건 수지 타산이 안 맞아서 다 꿀밤으로 기절시켜놨으니까 고마워는 해야지? 정도가 좀 다르긴 하겠지만"
"전부다 몰려와서 덮쳤는데도...넌 인간이 아니야. 어떻게 칼로 총알을 튕겨내는 거야!"
"어쩔 수 없었지. 머리는 보호해야 하거든. 총알 튕기기는 작은 칼이 맛이 좋아."
투구는 칼집에 들어가 있는 작은 칼을 가리키며 말했다.
"자, 어쨌든 일이 이렇게 됐으니까 유감이고 끝마무리를 내야지? 너 같은 악당 새끼는 족쳐버려도 이쪽 지방 나리들이나 시민들이 싫어하지 않을 것 같아서 말이야. 잡혀도 죄를 물을 것 같지도 않고"
"개소리.. 내가 돈을 좀 먹여놨거든."
"이야~ 역시. 그 정도는 돼야 마음 놓고 시민들한테 돈 따먹으면서 괴롭히지"
비웃는 투구 앞에 대금업자는 있는 힘껏 외쳤다.
"도대체 어디서 보낸거야!!! 요즘 좀 수상한 짓거리를 하던 길드? 돈 빌린 비렁뱅이 자식들? 신생업체?"
"우리 업체는 청부살인은 안 받는데"
"우리 업체...?"
"뭐 알 거는 없고 길드고 나발이고 난 그딴 거 몰라. 그냥 단지"
말을 좀 빌리려고 했다니까?
그 말을 끝으로 투구는 주먹으로 살짝 고리대금업자의 머리를 위에서 내리쳤다.
'연합한 다른 업자 놈들에게 도움만 청할 수 있었어도..’ 라는 생각을 끝으로
고리대금업자의 필름이 끊겨버렸다.
"자 구해왔어."
"... 진짜 하셨네요."
젊은 남자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말했다.
"너도 같이 들어오라고 했잖아. 왜 멀찌감치 숨어서 안 보이게 만들어"
"절대 안 가요! 미쳤다고 그런 곳을 제 발로 찾아가요? 저놈들은 여기서 악명이 높다고요!"
"그래, 아주 악질이었던 모양이야. 저 정도로 날뛰면 여기 나리들이 해결 안하나?"
".. 이미 다 뇌물을 엄청 먹여놔서 '제대로 안 보고 빚진 너네 잘못이지'라는 식으로 오히려 화내고 쫓아내요"
남자의 표정이 엄청나게 심각해졌다.
"뭐.. 그래서 업자 놈에게 선물을 좀 해줬지. 이제 가자"
"그러시죠.. 선물이요?"
그리고 둘은 떠났다.
"샤를롯... 세상에 보여요?"
"...."
"업체들끼리 전쟁이라도 한 걸까요?"
온갖 난장판이 되어있는 고리대금업자의 건물과 주변을 보고 경악하는 남자의 이름은 레니.
샤를롯이 속해있던 길드의 길드원들과 샤를롯은 몇 시간 전에 레니와 나눴던 그 정보를 토대로 이 업자의 건물을 습격하려 온 참이었다.
"일단 이 녀석들을 다 생포해서 한곳에 묶어둬."
"..그러죠"
10명 남짓의 길드원들이 작업을 시작해 약간의 시간이 흐른후에 모두 끝났다.
대금업자만 빼고.
직접 대금업자에게 무슨일이 있었는지 심문하기위해 다가간 샤를롯과 레니.
그들의 눈앞엔 두 귀와 두 코에 박혀있는 담배 네개비가 있었다.
"ㅋ..ㅋㅋㅋㅋ"
레니가 웃음을 참지못하고 웃었다.
"정신차려."
샤를롯은 냉정한 얼굴로 대금업자의 뺨을 때렸다.
"으....."
정신을 차리지 못하던 대금업자는 몇대를 더 맞아서야 반쯤 의식을 회복했다.
"....역시 네놈들이냐. 그놈을 보낸건"
"그놈?"
샤를롯이 순간적으로 물었다.
"누가 너희들을 이렇게 한거야. 어서 말해."
"시치미 떼지 마라.. 더러운 새끼들. 꽤 쓸만한 놈을 고용했군 그래?"
"한번만 더 질문에 엇나간 말을 했을 시."
샤를롯은 고리대금업자의 정강이를 부츠로 힘을주고 후벼내려갔다.
"으아아악!!!"
"다음은 부러질지도 몰라."
한치의 표정변화 없이 말하는 샤를롯과 그걸 뒤에서 식은땀을 흘리며 지켜보는 레니.
"어떤 사람이지?"
"사람? 하...그런 놈이 사람인가? 황금대가리 자식."
"황금대가리?..... 황금머리...? 어...샤를롯씨 몇시간 전에 봤던 설마 그.."
샤를롯의 눈동자도 커진다.
"그 사람이 황금색의 투구를 쓰고있었어?"
"그래 아주 작정하고 쳐들어왔더군. 사람을 한손으로 집어던져서 나무벽을 작살내놓고 총알을 튕겨내질않나 온갖 짓거리를 다했어 그 망할새끼..."
"어디로 가는지는 알아?"
"내가 알겠냐 여기 기절해있었는데"
샤를롯은 업자의 정강이에 있던 부츠를 뗐다.
"그나저나 아가씨 길드원따위를 하기에는 아까운 외모인데... 차라리 내 옆으로 안올래? 그 냄새나는 곳보다 훨씬 잘 해줄 자신 있는데."
그리고 곧바로 부츠로 고리대금업자의 머리를 내리찍어버렸다.
"이만하면 됐어. 가서 다른놈들이랑 같이 묶어놔."
"알겠어요 샤를롯."
또 한번 기절한 업자를 들쳐맨 레니와 함께 둘은 사라졌고
샤를롯은 입쪽에 손을 대고 생각에 잠겼다.
"황금투구....."
그가 왜 여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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