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구요원은 곧바로 회사 앞 카페로 향했다.

 

 

점심시간 쯤 되면 사람이 너무 붐벼서 먹는건 포기해야 할 정도로 솜씨가 좋았다는건 안다.

이 곳에서 투구요원이 커피를 시켰을때는 그다지 취향이 아니라 다 마시지 못하고 포기했었지만.

 

 

어쨌든 이른 시간이다보니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몇몇 직장인들이 일하다 잠시 쉬러나와서 신문을 보며 커피를 마시거나, 오전출근 도장을 찍어 수당만 더 먹고

일찍 나온만큼 시나몬파이와 수다로 시간을 버리러 나온 나랏일하는 나으리들이 있었다.

 

 

물론 다 이 황금색 투구에게는 상관없는 일이었지만.

 

어쨌든 저 일행들을 제외하면 구석진 테이블에 한 사람이 앉아있는 걸 볼 수 있었다.

 

뭔가 자세가 어쩡쩡하고 불안해보이는 점만 빼면 그냥 아침에 일찍 나온 손님정도일까.

 

 

"투구씨 일찍 와주셨네 그려. 직원들이 또 단체로 투구씨 시켜먹는거야? "

"아, 오늘은 일거리가 좀 생겨서요"

 

 

이 고풍스러운 취향의 카페를 세운 주인 아주머니다.

 

회사 바로 앞에 있는 카페다 보니 직원이나 사장이나 단골로 가게 되었는데

 

그러다보니 얼굴 익히는건 기본이고, 직원 하나하나의 마시는 취향, 선호도까지 알아내

더욱 만족도를 높였고 고민거리의 대한 상담까지 해주어 결국 회사의 가족같은 존재가 되었다.

 

 

사실 처음에는 코너쪽에 있는 카페를 선호하는 직원들이 많았는데

회사의 고풍스러운 디자인과 이 카페의 디자인이 서로 일치하는게 끌린다나 뭐라나.

 

 

어쩌면 취향저격이란 걸 제대로 캐치하신 것 같은데, 그 기회를 놓치지도 않았고.

역시 보통분은 아니지.

 

 

"자 그러면..."

 

투구요원은 구석 테이블로 자리를 옮겼다.

 

 

 

"당신이요?"

"...네?"

 

 

구석에 짱박혀있던 이 남자는 꽤 당황한거 같다.

 

"사장한테 의뢰를 받고 왔는데, 어머니의 무덤까지 안전히 데려다달라고"

"...아 네,네! 저 맞습니다."

 

 

어디보자.

겉모습은 참 멀쩡하게 생겼는데 .

 

 

"..그리고 의뢰비를 어머니 무덤에서 장신구를 파내서 지불한다고?"

"예 그것도 맞습니다."

 

 

미친사장같으니. 아무리생각해도 이하동문이다.

 

"아무튼.. 뭐 마실래요? 내가 한잔 살게요."

"네...? 감사하긴한데.."

 

 

돈 없는 가난뱅이라는건 이미 알아. 하지만

 

 

"의뢰인은 의뢰인이니 이정도는 할 수있지."

"저..그러면 시나몬파이.."

 

 

시나몬파이? 전에 아주머니가 주문이 잘못나갔다고 공짜로 주신적이 있었는데,

냄새부터가 취향이 아니였지. 다들 그런걸 잘 마신단 말이야.

 

 

결국 그 시나몬파이는 사장한테 줘버렸다.

 

 

"오케이, 알았어요."

투구는 곧바로 아주머니에게로 향했다.

 

 

"여기 초코라떼 하나랑.. 시나몬 파이 주세요."

"우리 투구씨는 참 한결같이 초코라떼만 먹는단 말이야~ 어린애 같기는."

 

하지만 난 초코라떼가 좋은걸.

 

아주머니의 초코라떼는 정말 달달하고 입속을 맴돌아 항상 그것만 챙겨먹는다.

 

사실 커피를 그닥 안좋아하는 것도 맞고.

 

아무튼, 계산을 끝내고 다시 테이블에 앉으니 젊은 남자가 말을 꺼냈다.

 

"저기...그 황금색 투구 답답하시진 않으신가요? 여긴 실내니까 벗으셔도.."

"못 벗어."

 

 

"네?"

"벗는 거 자체가 불가능해."

 

 

남자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였지만, 혼자 어떻게든 납득하려는 듯 했다.

'더러운 일 깨끗한 일 닥치는 대로 하니 얼굴이 밝혀지면 안되나보다..'하고.

 

그런 건 아닌데 말이지.

 

 

그때 초코라떼와 시나몬파이가 도착했고

의뢰인의 말을 조금이라도 더 이끌어보기 위해 먼저 서로 마시기로 했다.

 

 

"여기 아주머니 솜씨가 좋아. 한번 마시면 다시 오게 될 걸?"

 

물론 너는 돈이 없지만 말이야.

 

 

"네.. 잘마시겠습.. 어?"

"?"

 

그가 굉장히 놀란 표정이다.

 

 

"어...어떻게 드신..?"

 

아하.

 

내가 초코라떼를 살짝 맛만 본 것에 놀란 모양이다.

 

"이거 투구 틈 사이로 빨대 꽂고 마시면 되니까"

"아.."

 

 

연거푸 당황했지만 티를 안내려 한다.

그것도 배려심이라면 감사할 따름이지만, 이해는 한다.

 

 

투구 틈에는 인간의 살색이라도 살짝 보여야 하겠지만,

내가 쓴 투구의 틈 사이에는 온통 검은색 뿐이다.

 

 

만약 손가락이라도 넣으면 빨려들어갈 것 같은 시꺼먼 검은색.

벌써 내 얼굴도 까먹어버린지가 오래지.

 

 

"저 그럼..."

"네"

 

 

어느새 말을 편하게 하고 있는 투구요원과 여전히 어색한 젊은 남자.

 

 

"우선 통성명 부터 하실까요? 저는 키파라고 합니다."

"응? 저는 그냥 의뢰인이라고 부를게요. 내 이름은.. 뭐 그냥 투구라고 하세요."

 

 

어차피 이름 알려줘도 회사사람들은 거의 다 그리 부르니. 회사의 마스코트라나 뭐라나.

'요원'까지 말 안한이유는 부끄럽잖아.

 

 

"아 알겠습니다. 투구씨는 나이가 어떻게 되시나요?"

그게 그렇게 궁금했나. 자신없던 얼굴이 갑자기 호기심으로 가득찼네.

 

 

"사실 잘 몰라. 태어날때부터 나이 차례차례 기록하면서 살지는 못했었거든."

"아.. 저는 23살입니다."

 

 

예상대로 엄청 젊네.

 

 

"뭐 어쨌든..."

더 끌거는 없고,

 

 

"왜 어머니의 무덤에 가야하는지나 말해보실까?"

"아..."

 

 

이유나 좀 들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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