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도착한 투구요원은 곧바로 2층으로 올라가 옷부터 갈아입었다.

 

 

그래도 회사에 대한 예의라고 정장을 차려입고 갔었지만 이제부터 오를 여행길에는

이런 고급진 옷은 필요없겠지.

 

 

움직임이 편한 평상복으로 갈아입은 후에도

머리에 황금 투구는 여전히 남아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거울로 볼 때마다 투구요원은 생각했다.

 

 

"도대체 왜 이게 씌워져 있었을까?"

 

어릴 적, 늑대에게 다 죽어가던 그때,

 

기절하고 일어난 후에는 살이 뜯겨져나가 피가 철철 흐르던 몸둥아리는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멀쩡했고

그 대신에 이 이상한 황금색 투구만이 씌워져있었다.

 

 

어릴적에 부모도 없었고 사진 찍을 수 있었던 여건따위 없던터라

늑대에게 물리기 전의 얼굴이라도 기억해야 할텐데 세월이 지나면서 무뎌졌다.

 

 

더 이상 그때 얼굴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이제 투구요원은 이 황금투구가 본인의 얼굴이 되어버렸다.

 

 

어쨌든 그가 챙긴 물건은 단 두개.

기사들이 쓰던 장검 한자루와 단검 한자루였다.

 

 

나머지는 가방에 든 일주일간의 여비와 간식으로 먹을 사과 3개가 끝.

 

"돌아가볼까"

 

모든 짐을 몸에 챙긴후에 투구요원은 집의 문을 잠그고 도시 방향을 향해 달려갔다.

 

 

 

"정말 딱 1시간만에 오셨네요 투구씨"

젊은남자는 신기하다는 듯이 말했다.

 

 

이미 그 시간동안 시나몬파이는 다 마셔버린채로 덩그러니 있었고

슬슬 사람들이 많이 몰릴 시간인지 카페 아주머니도 자리를 비워주길 바라는 듯했다.

 

 

할 일만 빨리 하고 나가자.

 

"자 그러면 이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서명 해주길 바라는데"

"네?"

 

 

사장의 악취미로 시작된 부업이라고 할지라도 이런 증거를 남겨 회사에 제출해야 한다.

원래는 계약서를 받고 먼저 회사에 제출하고 떠나야하지만 사장은 갔다온후에 내도 상관없다니 지금 해둬야지.

 

 

"이 내용은..."

젊은 남자는 계약서의 내용을 꼼꼼히 살펴보았다

 

"본 의뢰는 '어머니의 무덤에 안전히 도달하도록 하는것'이 목표임을 확실히한다.

 

 

본 해결사는 의뢰인의 의뢰를 해결하기 위해 언제나 최선을 다할 것이며, 의뢰인은 해결사에게 적극적으로 협조하길 청한다.

 

 

해결업체에서 요구한 의뢰비를 의뢰해결후에 그대로 납부하기로 약속한다.

 

 

중간에 계약을 취소할경우 출장비와 위약금을 모두 의뢰인 측에서 지불한다.

 

 

만일 의뢰해결을 위해 해결사와 같이 나서는 의뢰인이 사망할 경우 해결사는 일체 책임을 지지 않는다.

 

 

그리고 의뢰가 끝났음에도 먹튀를 하고 멀리 도망가버린다해도 본 해결사는 이 행성 끝까지 쫒아가 돈을 받아낼것이다..."

 

 

"어 읽은 그대로지."

그 뒤에 내용이 더 있지만 더 읽으면 시간만 더 버리지.

 

 

의뢰비같은 경우는 이미 이 젊은남자가 회사에 의뢰요청을 했을때 사장과 협의를 하고 도장과 서명을 했을것이다.

예산담당아가씨에게 일주일치 경비를 받을때 의뢰비의 금액은 이미 들었으니 언급안해도 되겠지.

 

 

젊은 남자는 순식간에 도장을 찍고 서명해버렸다.

 

 

"그냥 굳이 하는 이야기들 있잖아.

 

해결해달라고 왔으니 거짓말 말고 정보 잘 말하고

 

얌전히 해결날때까지 집에서 기다려야지 굳이 직접보겠다고 같이 가서 죽기라도 하면 난 책임없고

 

만약 중간에 개인변심으로 취소하면 내 여행경비랑 그냥 왔다갔다하면서 시간버린 위약금 물어내심되고

 

 

그리고 너가 마지막으로 읽은 내용은..."

 

 

"마지막이요?"

다시 한번 계약서를 읽어보는 젊은 남자.

 

 

"그 마지막은 내가 넣은 내용인데 그냥 계약서상의 내용인가보다~ 하고 넘어가지 않는게 좋아."

"네?"

 

 

"어디로 도망가던간에 끝까지 잡아서 의뢰비 내놓게하거든"

"???"

 

 

"끝까지 안주겠다고 이 나라 저 나라 수천km를 도망다니면서

발광하던 한 의뢰인분이 있었는데 잡아다가 땅에다 머리만 남기고 파묻었더니 그제서야 주더라고."

 

"..."

 

 

"돈도 많던 부잣집 주인이 왜그러셨는지 몰라. 도망다닌 숙박, 경비만 다합쳐도 의뢰비 대부분 보탰겠는데,

그 많은 돈이 한번에 빠져나가는게 너무 아까웠다라나. 막상 의뢰시킬땐 급했는데 해결되니 갑자기 바뀐거지.

 

화장실 갈 때랑 나올 때랑 마음이 다르다잖아. 천성이 너무 구두쇠였던 거지. 그래서 그렇게 부자였겠지만?"

"네..."

 

 

"뭐 아무튼간에 붙잡아서 밤에 산 데리고 가서 아까 말한대로 목까지 파묻었는데도 안주겠다더라고."

"어...? 아까는 머리만 남기고 파묻었더니 줬다면서요?"

 

 

"엄청난 근성이야~ 그렇지? 그래서 머리도 묻어버리려고 흙 한번 푹 떠서 머리위에 부어줬더니 울면서 줬어.

아무도 안죽고 나는 내 정당한 의뢰비 받고 해피엔딩. 그런 흔하디 흔한 이야기였고."

"......"

 

 

"아...의뢰 내용은 대체 뭐였길래.."

"알고 싶어?"

 

 

모르는게 좋을텐데 하는 몸짓에 젊은 남자는 입을 다물어버렸다.

 

 

"의뢰인과의 계약내용은 극비여서 의뢰인 허락없인 아무한테도 말안한다고. 어쨌든 이제 출발해볼까?"

"알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는 폼을 보니 이미 좀 많이 굳어버린것 같은데..

재밌어 할줄 알고 실화 그대로 얘기해줬는데 역효과였나? 조미료좀 칠걸.

 

 

"저기 그러면..."

"어?"

 

 

자리에서 일어난 후에 젊은남자는 뭔가를 결심한듯 말했다.

 

"아까 해주신 일화 말인데요.."

 

"어"

 

"그냥 그 의뢰인 가족들 인질로 잡은다음에 철도에 묶어놓고 오라고 협박하는게 더 힘을 안들이지 않았을까요?"

 

"너는 사탄도 경악하겠는데 의뢰인? 그냥 사채업자로 취직해 잘하겠네."

 

'애초에 의뢰인 말고 가족이라도 다른 일반인들을 건들면 일이 커진다고' 라는 말을 끝으로

둘은 카페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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