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차가 지나다니는 도로와 프록그레이트 코트와 디토코트를 입은 남자들과 로맨틱스타일 복식의 여자들이 다니는 도보.

이른 아침, 큰 대저택같은 건물앞에 머리에 투구를 쓴 남자가 서 있었다.

 

이 남자는 특이한게 한가지가 아니였는데 머리에만 중세 기사들이 쓸 법한 투구를 쓰고 옷은 깔끔한 정장이였으며

심지어 투구는 황금색이였다. 이모습을 본 지나가는 사람들은 저 남자가 변태아니면 치한,강도같다는

소리를 수군대며 하기 시작했고 한 노파는 혀를 끌끌 차며 '젊은 사람같은데... 쯧쯧 곱게 미쳐야지' 라고 말하고 지나갔다. 

 

그 소리에 아랑곳않고 일단 대저택으로 들어간 이 황금투구는 2층으로 향했다.

 

 

대저택같은, 양쪽 사이드에서 2층으로 걸어올라갈수있는 계단과

목재로 만들어진 고풍스러우면서 멋진 건물. 사실 사람이 사는 곳은 아니고 신문과 소설,만화 작품들을 출판하는 회사건물이다. 그냥 출판사라고 보면되겠지.

 

하지만 건물 안에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다. 약 10명정도, 그마저도 일을 하러 온 직원들이였는데도

굉장히 한산한 듯 서로 노가리를 까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보통 회사는 인력이 없으면 더욱더 분주하게

일을 하고 있었을 텐데, 여기서는 그다지 통용되지 않는 이야기.

 

 

황금투구는 이미 다 안다는듯 느린걸음으로 2층에 도착했다.

그 중에서도 가운데 있는 문, 그냥 작은 문이라기에도 고급지고 큰 문 두짝이 있는 방으로 들어섰다.

그러자 갈색머리의 여유있는 웃음의 남자가 그를 맞이했다.

 

 

"어서와, 투구씨. 오늘은 별일 없었나?"

여전히 장난기많은 웃음. 그리고 그 대사가 사람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그다지 없었어요, 그리고 이름으로 불러줘도 되잖아요?”

 

 

수군대는거야 맨날 있는 일이라 그렇다치고,

그는 참 유머있으면서도 짓궂다.

 

 

“자넨 내 요원이니까 코드네임쯤은 만들어줘도 되잖아? 자네의 특징인 ‘투구’가 돋보이니 코드네임 ‘투구!’ 정말 멋지지 않아? 하하하하하하!”

 

 

그게 코드네임이냐 그냥 나라고 광고하는거지!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저사람 성격상 대수롭지도 않게 넘길테니 무시하는게 낫다.

 

 

“...됐고 오늘은 무슨 의뢰 있어요?”

“있지! 그래서 널 부른거고.”

 

 

의뢰라.

요즘 며칠째 의뢰하나 없어서 백수한량처럼 지냈지.

 

드디어 뭔가 움직일 때가 왔나.

 

 

“네.. 그러면 어떤..”

“크! 일단 들어봐봐, 눈물없이 들을 수 없는 그 의뢰... 내가 차마 거절할 수가 없었지!”

 

그냥 건수 잡아서 실적올릴기회니 거절못한게 아니고?

 

 

두번째 위기가 왔지만 간신히 목구멍으로 삼켰다.

마찬가지로 말해봤자 소용없기 때문.

 

 

“다른 건 아니고, 어떤 젊은 남자야. 본인의 어머니의 무덤까지 같이 갈 보디가드를 원한다더군. 

상당히 외지고 깊은 산속이라 혼자가기가 위험하다나.”

 

 

보디가드? 잠깐만.

 

 

“그러면 전문 경호업체에 연락해서 데려가지 왜 여기다 그걸 의뢰한거에요?”

 

“그래 바로 그거지! 왜 그런 프로들에게 가지 않고 사설 해결사 업체에게 맡기는지!”

 

아.. 벌써 예상이 된다.

 

 

“그건 바로 우리 해결사 업체가 굉장히 유명해졌다는 의ㅁ...”

 

“해결사란 애가 나 하난데 뭔 업체에요 업체는. 애초에 부업으로 취미삼아 하시는거면서”

 

 

웁스! 정곡을 찔렸다는 듯 씩 웃는다.

 

 

“아무리 봐도 정식경호업체에 도움요청도 못할만큼 불법적인 일이라는 뜻이잖아요 이 인간아!”

 

“에..에이 설마 그러겠어? 그냥 어머니 무덤까지만 같이 가달라는건데..”

 

 

그가 땀을 삐질 흘린다.

 

 

“그리고 그럴만한 이유가 있더라, 잘 들어봐.”

“어떤 이유인데요?”

 

 

왜 그런일을 경호 프로들한테 안맡기냐고?!

 

“그는 현재 빈털털이 상태라더군. 그래서 의뢰비가 없다는거야.”

 

“...”

 

 

“그래서 의뢰비를 어머니 무덤에 같이 묻어둔 갖가지 보석 장신구들로 대신 내겠다는군.”

 

“네??”

 

 

아니 세상에 내가 뭘 들은거지?

 

 

“아니 자기 어머니 무덤을 파서 시체랑 같이 묻혀있는 보물로 댄다고요?”

 

사탄도 경악할 발상이다.

 

 

“그래.. 그러다보니 경호업체에 가봤자 미친놈 소리밖에 더듣겠나.”

 

“미친놈 맞는거 같은데요?”

 

 

“워워... 진정해 투구요원. 너무 섣불리 판단하지는 말자구.”

 

그가 진정하라는 제스처와 함께 말을 이었다.

 

 

“누가 그런말을 믿어주겠나. 다 자네같은 반응이었을거야 그치? 하지만 우리가 돕지 않으면 누가 그를 돕겠나? 

저런 미친소리를 듣고 나설 이는 절대 아무도 없지. 우리같이 틀을깨는 미친회사 빼고 말이지.”

 

 

하하하! 쾌활한 웃음이 사장실을 꽉 채운다.

미친놈들 젤 윗대가리셔서 좋겠수다.

 

 

“애초에 신문 겸 출판회사라는거 자체가 그냥 직업란에 백수 쓰기 싫어서 취미삼아 세운 간판이잖아요. 

돈이 썩어 넘쳐나는 명문 가문 튀어나와서 자유롭게 살겠다더니 결국 부모님이 지원하시는건 똑같고.”

 

 

“어허 갑자기 그 말이 왜 나오는거야 투구 에이전트! 정정당당하게 선동과 날조로 승부하자!”

 

뭔 개소리야 도대체. 한마디만 더 하자

 

 

“직업란에 사장 쓰면서 혼자 흡족해하고 있는거 아는데, 평소에 정보 모으기 귀찮다고 신문 찍지도 않던 양반이 본인 기분나쁘게 했다고 제빵회사 하나 집요하게 날조신문 밤낮으로 찍어대서 뿌려버리고 고소당하는 짓은 한번이면 충분하잖아요?”

 

 

“에헤이 이 친구 큰일날 소리 하네 날조라니! 아 물론 10개 의혹중 9개가 날조이긴했는데 그 회사 소속 제빵사들에게 월급 꼬불치고 재료도 뒷돈받고 싸구려를 공급한건 사실이었다고! 그 일이 밝혀지고 제빵사들이 단체 소송을 내서 결국 나랑은 쉽게 합의했잖아. 물론 걔네 상대하느라 바빴기때문이겠지만.”

 

 

운도 기가막히게 좋아요.

 

 

“회사차려서 사장으로 인생 열심히 산다고 좋아하던 사장님네 부모님 깜짝 놀라서 정문으로 뛰어온게 아직도 생각나는데요.”

 

그 전까지 사장은 찍으라는 신문은 안찍고 본인 자서전, 본인 명언집, 본인 인생철학을 늘어놓은 책만 열심히 찍어내 출판하다가

 

 

정문에 부모님이 나타난이후로 사장명함만 만들어두고 놀고먹으려는 계획이 탄로날까봐 간간히 신문을 찍어내고있다.

 

 

그 내용이래봤자 지역 일상이나 운세, 오늘 날씨는 어땠다느니 하는 누구나 알법한 고소 당할리가 없는 사실들만 쓰여있지만. 참고로 운세는 사장이 자기가 지어내서 옮겨적는다.

 

 

그래도 요즘은 출판회사 답게 신인작가들의 작품을 대중에게 소개시켜주는 기회를 많이 주고있다.

 

 

“뭐 아무튼... 선택권은 우리 투구요원에게 있는데 수락하겠나?”

 

“물론이죠, 거절해봤자 이미 의뢰가 마음에 든 사장님이 1시간 내내 거절하면 안될 이유를 대면서 회개시킬테니.”

 

 

애초에 선택권이 없었다 선택권이.

 

 

“하하하하하... 자넨 너무 나를 잘 알아.. 좋아 결정이 됐다면 회사 앞 카페로 가게나, 거기서 의뢰인이 자넬 기다리고 있거든.”

 

역시나 어차피 정해져있었던 거잖아!

 

 

“그럼 수고하게 :)”

 

찡긋!

 

벙쪄있는 투구요원에게 사장은 윙크 한번 하더니 웃으면서 내보냈다. 문을 나와서도 복도에서 멍하게 있던 투구요원은 발길을 돌렸다.

 

“좋아 일을 해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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