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를롯은 천천히, 박살이난 업자의 책상을 찾았고 잔해를 치우니 온갖 서류들이 들어있었다.

원래는 열쇠구멍으로 봉인해둔 공간이지만 충격을 이기지는 못한 모양이었다.

 

 

샤를롯은 확실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서류들을 가지고 밖으로 나왔다.

 

 

"샤를롯 씨, 고생많았어요"

난리가 일어난 당시에는 겁먹어 숨어있었다가 막 구경하러 온 구경꾼들 사이에서 싱긋 웃으면서 다가오는 한 남자.

 

 

"..안녕하십니까."

"에이 또 너무 딱딱하게 하시잖아요~"

 

 

부길드장이자 길드의 행정쪽을 담당하는 '빌'이라는 남자다.

항상 싱긋싱긋 웃고다니는 이 남자는 말쑥한 제복을 입고있다.

 

 

"이야~ 그래도 역시 샤를롯씨가 한건 크게 해주셨네요~"

"...?"

 

"이 많은 사람들을 모조리 제압하시고 목표물까지 입수하시다니 역시 우리 길드 세손가락안에 드는 실력자입니다"

"..죄송하지만 제가 한 것이 아닙니다."

"예?"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빌의 고개가 옆으로 꺾인다.

 

 

"..의문의 남자가 혼자 한 짓입니다. 황금색 투구를 쓰고 다니는 사람이라는데, 그거 외에는 아무런 정보를 모릅니다. 

어떤 사람인지 조사를 해봐야..."

"예 샤를롯씨 샤를롯씨?"

 

그가 샤를롯의 말을 가로막는다. 그리고 그녀의 얼굴 앞에 쉿 하는 제스쳐와 함께 걸음을 몇발자국 뒤로 옮겼다.

 

 

"음...샤를롯씨의 멋진 활약이었으면 좋았겠지만... 뭐 상관없겠죠. 이런것도 기회는 기회니 활용하면 되니까요~"

"그게무슨...?"

 

"이 일은 샤를롯씨와 그 지휘아래 길드원들의 활약으로 모조리 생포한걸로 하겠습니다."

"아....."

당황스러운듯한 샤를롯의 얼굴.

 

 

"그건 말도 안됩니다. 제가 한 일이 아니에요. 그 남자가.."

"샤를롯씨의 그 타협없고 냉정한 외골수인 모습이 저는 언제나 마음에 들어요~"

씨익. 하고 웃는 그 얼굴.

 

 

"하지만~ 이런일에는 유도리를 둬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남자는 그냥 사라져버렸잖아요 그쵸?

그동안안 황금투구를 쓰고 돌아다니던 기인은 이 도시에 없었으니 이방인일테고... 

 

아니래도 목격자는 이제서야 달려온 시민들도 아니고 이 악질인 사람들뿐이니 믿어줄 사람도 없겠죠? 

더군다나 한명이 이 사람들을 다 제압했다고요? 사실 저도 못믿겠습니다. 

 

차라리 이사람들이 헛소리하는거고 우리 길드원들이 일을 다 처리했다는거에 모두가 믿어줄 것 같은데요?"

 

 

"...."

 

 

이 남자 말이 맞다. 혼자서 총에 칼에 몽둥이에 온갖 것들을 휘두르며 덤벼드는 30명을 죽이면서도 아니고 다 기절시키는 선에서 끝내는 말도 안되는 사람이 있는 걸 믿는게 힘들겠지.

 

 

"그리고, 샤토씨가 가져온 그 서류에 처음에 아주 싼 이자로 돈을 빌려주겠다고 시민들을 꼬셔서 계약서를 쓰게 만든다음 

교묘하게 계약서를 바꿔치기해 부당한 이자로 이익을 쭉 챙겨왔던 증거까지 있으니.. 잘되봐야 감방이고 심한경우 사형입니다.

그런 범죄자들 말을 깊게 들어줄 현자들은 별로 없어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빌이 과장스럽게 두 손을 어깨 위로 쫙 올려보였다.

 

 

"그 서류를 맨 처음으로 가지고 나왔던 분이 샤를롯씨네요?"

하하하하! 하는 웃음소리와 함께 샤를롯에게 서류를 넘겨받은 빌

 

 

"잘해주셨습니다 샤를롯씨~ 국가가 직접 의뢰해서 맡은 일을 완벽하게 수행하다니.. 

우리 길드가 메이저로 가는 길에 철로를 깐 것과 다름이 없어요! 직접 여길 국가가 뒤지자니 아무리 악질업체긴해도 

국가가 마음대로 민간업체를 뒤진다는 소문이 나고 언제 슬금슬금 다른 민간업체들도 뒤지려들지 모른다는 그런 불명예스러운 소리가 나오면 곤란했나봐요~ 이렇게 높으신 분들에게 눈도장을 쾅! 찍었으니 올라갈 일만 남았습니다!"

 

 

그리고 나서 빌은 곧장 뒤로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샤를롯씨는 뒷마무리를 해주시고요~ 저는 이 일을 국가에 보고하러 가겠습니다. 그럼 화이팅"

"...."

 

 

샤를롯은 빌이 떠나는걸 지켜보다가 이내 생포한 인원들을 데리고 떠났다.

주변 구경하는 구경꾼들에게는 이 주변은 위험하니 오지않는게 좋다는 말과 함께.

 

 

 

"투구씨 오늘은 이 마을에서 묵고 가시죠. 어머니 무덤에서 제일 가까운 마을입니다."

"그럴까?"

 

말을 타고 열심히 달리고 달리던 두사람은 밤이 되어서야 멈췄다.

 

 

"그럼 여관같은곳을 찾아보자고."

"제가 어딨는지 알아요 가시죠"

 

두 사람이 도착한 이 마을은 시골이라 불러도되고 농촌이라 불러도되겠다.

 

밭 옆에서 아이들은 돌멩이를 가지고 놀고있고 농사일이 끝난 밤이니 농부로 보이는 마을사람이

길거리에서 술을 마시고있었다.

 

 

"여관이 어딨는지는 어떻게 아는거야?"

"이 마을을 좀 알거든요. 이것도 계약사항에 해당되는 질문인가요?"

 

하하하! 웃으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젊은남자. 기분이 좋아보인다.

 

 

"아주머니 여기 방하나만 내어주시겠어요?"

"네, 알겠습... 어머! 너는 키파잖니 너무 오랜만이다!"

 

맞다. 그런이름이었지 이사람. 키파. 한번 듣고 까먹고있었네

 

그나저나 방 하나?

 

"너 뭔소리야 방하나에 침대를 같이 쓰자고?"

"? 그럼요. 투구씨가 내주실건데 두 방을 다 빌리라고 하기엔 양심이 좀 없잖아요?"

 

 

아.

 

 

"...니가 소파가서 자라. 없으면 그냥 땅바닥에 누워서 자."

"에이 그런게 어딨어요. 위생관념이 제로시네 이분"

 

 

개새끼.

 

 

"아주머니 방 하나 주시고 저녁음식도 좀 주시겠어요~? 오랜만에 와서 아주머니 솜씨좀 보고싶네요"

 

처음 의뢰건으로 만날때만해도 긴장하고 어버버하더니 지금은 완전 능글능글하다.

이게 원래 본모습인건가?

 

 

"그럼그럼! 음식솜씨 하나도안죽었으니 기대해라 얘. 아.. 그리고 조심하거라.

이 볼거없는 농촌에 뭘 보겠다고 건장한 사람들이 요글래 많이 보이더라"

 

"아...그랬군요."

 

 

"손님들 말로는 고리대금업자들 같다는데 그런 사람들이 이런곳엔 왜오겠어?"

 

고리대금업?

 

 

"야 오전에 봤던 그놈들하고도 연관 있는건가?"

"...그건 아니에요"

 

키파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너 얼굴이 왜그렇게 심각해졌냐?"

"네...? 아니 당연히... 아 무섭잖아요! 우리를 갑자기 불러세워서 삥을 뜯을수도 있고!"

"뭔소리냐 뜬끔없이 갑자기;"

 

 

별 걱정을 다하는 키파에 기가찬 투구.

 

 

"저놈들이 도시나 가서 한탕치고 다니지 이런곳에서 지나가는 여행객 삥 뜯을려고 여기까지 오겠냐?

 말그대로 인력낭비지. 방이나 가자."

 

"네.."

 

갑자기 그 능글맞은 모습은 어디가고 위축된 키파를 데리고 투구는 2층으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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