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그러면... 보물이 있는 쪽이 막혔단 말이지."

그는 어깨를 한번 풀더니 막혀 있는 벽에 주먹을 갖다댔다.

 

 

"아가씨, 뒤로 좀 가있어봐 돌이 튈지도 몰라."

"뭘 하시려는...?"

 

 

의아해하는 엘린이 뒤로 물러나자, 곧바로 투구는 무너져서 바리케이드가 된 암석벽중 꽤 큰 암석을 집어들어서,

 

"얍."

"!"

 

 

앞으로 있는 힘껏 집어던져버렸고, 순식간에 큰소리와 먼지가 일어나면서 가는 길이 뚫렸다.

 

 

"이정도면 스트라이크인가?"

"...."

 

 

역시 아까 땅굴을 파고 여기까지 온게 우연이 아니였구나..

그녀는 다시 한번 되새기면서 천천히 앞으로 다가갔다.

 

 

"근데 저기 저것들은."

 

 

우뚝,

 

"아가씨 친구들이야?"

 

 

그녀가 멈췄다.

 

 

투구가 던져서 앞으로 튀어나간 암석덕에 몇마리의 피범벅이 된 사체가 있었고

그 주위에는 당황한 듯한 얼굴의 오크들이 투구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것들이...."

"응?"

 

"저것들이 제 동료들을 다 죽였어요..."

"..."

 

"전부 다.."

 

'흐음, 그랬었구만.' 이라는 말을 남기고 투구는 그들이 서있는 지역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그리고 점점 다가갈수록 들고있는 요상하고 야만스런 도끼나 사람을 써는 톱을 든 오크들의 전투자세가 갖춰졌고,

 

오크들이 먼저 달려들 것 같은 그 상황에서,

 

"잠깐."

투구가 손바닥을 앞으로 내밀며 멈추라는 제스쳐를 보냈다.

 

 

"!"

그것에 반응한건지 녀석들의 몸이 뒤로 살짝 움찔했고.

 

'아까도 말했는데 왜 또 오크가 내 친구가 된거야...'라고 한숨을 내쉬던 엘린도 긴장했다.

 

그가 왜 갑자기 저런 제스처를 취하는지에 대해서는 그 전에 지식도, 경험도 해본적이 없었기 때문에.

 

"여기서 사람 말 가능한사람?"

그가 오크들에게 큰 소리로 물었다.

 

 

"사람 말 되는 사람 손들어 봐, 손! 너네도 인간이랑 사지구조는 똑같잖아 손 들어!"

"아니 도대체 뭐하시는 거에요?!"

 

아무렇지도 않게 오크들에게 손들기를 시키는 투구에게 기가막힌 엘린이 보다못해 소리쳤다.

 

 

"혹시 모르잖아 쟤네중에 보물이 있는 지름길이 어딨는지 알려줄수도 있는데."

"아뇨! 보물같은건...!"

 

"같은건?"

"....!"

 

 

'사실 있는지도 없는지도 모른다'라고 말할 뻔 해버린 엘린은 입을 막았다.

"우리끼리도 충분히 시간 들여서 찾을 수 있잖..아요 헤헤헤.."

"그건 그렇지~"

 

 

화기애애한 분위기.

 

 

 

"아 해결사님 앞에!!"

"어?"

 

뒤 돌아서 잡담하던 투구를 향해 빠른속도 다가오는 큰 도끼.

 

 

"이 친구 예의가 없구만."

"!"

 

덩치 큰 오크가 도끼로 목을 노려봤으나 고개를 뒤로 돌린 투구에게 도끼날을 잡혀 옴짝달싹 못하게 되버렸다.

 

 

"좋아 사람 말 좀 할 줄 아나?"

"크르르륵!!"

 

'퍼억'

 

"넌 탈락이야 할 줄 모르네."

 

순식간에 앞으로 고개를 돌린 투구가 주먹으로 오크의 머리를 날려버렸다.

 

"!!!"

순식간에 당해버린 동료를 두고 오크들이 엄청나게 당황하는 사이,

 

 

"너네도 뭐 다를 건 없을 것 같으니."

"...!"

"내 동족들을 죽인 죗값들은 받아야 하겠어."

 

그 말이 끝이였다.

 

순식간에 칼을 뽑아서 남은 8명의 오크들을 썰어버린 것은.

 

"검술실력이 엄청나....."

 

그녀가 감탄했다.

분명 모험가로 살았으면 사람이 세운 나라와 나라사이에서 엄청난 명성을 쌓을 수 있었을 정도라고.

 

 

"읏차, 한명이 더 있었네?"

"네?"

 

순식간에 단검을 허리춤에 뽑아서 안보이는 어두운공간으로 던지자마자 비명소리가 들렸다.

 

"좀 작은 녀석인데 몰래 빠져나가려 했어서 말이야."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는데 분명...

그녀가 경악한다.

 

 

 

"너한테는 안보였나?"

"..."

"기다려봐, 가져올테니까."

 

 

엘린은 본인 말이 맞다는듯이 걸음을 옮기는 투구를 앞에 두고

그를 뒤쫓아가려다가 이내 다리가 풀려 주저앉았다.

 

그녀의 동료들의 각각 반도 안남은 시체 파편들이 나뒹굴고 있었기 때문.

 

 

"......!"

 

결국 씹어먹힌 동료들의 사체를 보며 구토를 하고 말았다.

그리고 그 토사물 위에 떨어지는 눈물.

 

 

더럽혀지고 제각기의 불순물에 투명하고 맑은 물 한방울의 조화라니.

그녀는 그렇게 주저앉아 일어 날 수가 없었다.

 

 

 

"이봐, 잡아왔어."

그의 목소리가 들리자 그녀가 고개를 든다.

 

 

"그리고 이것도."

해골무늬가 잔뜩 박혀있는 다 찢어진 가죽옷과 바지를 입고있는 몸통과

그리고 반쯤 깨져버린 해골가면의 얼굴가죽.

 

 

"이 사람은 중간에 끌려가다 뜯어먹힌 모양이지. 다리 하나랑 팔 두개가 뜯겨없어지고 몸통이랑 얼굴 부분부분이

없어졌어."

"......아"

 

"말해두지만, 이 시체들을 마을까지 데려갈 수는 없어."

 

"...."

"본인들이 선택한 길이니 본인들이 죽은 땅에 두는것도 나쁘진 않잖아."

 

 

무례할 수도 있는 말이지만, 제일 현실적인 그말.

그래서 더욱 아픈 말이다. 반박조차도 할 수 없기 때문에.

 

 

"흙을 파는건 도와주지."

"감사합니다.."

 

 

그렇게 두 사람은 말없이 흙을 파내어 각각 남아있는 시체의 파편들의 각각의 주인것들을 모아 무덤들을 만들었다.

머스킷녀,약초사,도적,중년의 기사가 묻혀있는 흙 위에는 투구가 아무거나 집어온 묘비스러운 암석들이 하나씩 박혔다.

 

 

"다들 정말 죄송합니다..."

그녀가 고개를 숙였다.

 

 

"저만 살아남아서...."

고개를 들지 못한다.

 

 

"정말 죄송합니다..."

역시 고개를 들지 못한다.

 

 

"마르세유씨가 마지막 순간에 위에 암석들을 쏴서 통로를 막아주시지 않았다면.."

그녀가 다시 울먹거린다.

 

"저 역시 무사하지 못했을거에요. 해결사님을 만나지도 못한채로.."

 

"...."

 

투구는 옆에서 조용히 지켜보고 있다.

 

"귀중한 기회를 주셔서 정말로. 정말로....감사합니다, 마르세유 총사님.."

 

"이제 움직이자."

 

투구는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고, 엘린은 무덤을 다시 한번 바라 본 후에

그의 뒷모습을 쫓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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