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즈음 유적지 부근.
"좋아 여기가 맞아. 전에 정찰해 본 그대로라고."
"역시 사람 주머니 여럿 털어본 도적은 다르네"
"그게 몇년전 얘긴데! 이젠 감옥에서 죗값도 치르고 새사람이 되었잖아."
다 녹슬은 쇠사슬로 덮힌 체인메일 갑옷위에 찢어진 천옷을 덧대 입은 남자와 제복코트의 머스킷 총을 든 여자가 투닥대고있다.
"너야말로 이런 위험한 오지에 왔으면서 그게 뭐냐? 나같이 제대로 입고 왔어야지.
그런 코트를 입고오면 방어가 돼?"
"어디서나 품위를 잃지 않아야 하는게 인간이지. 니 옷 꼴이나 보라고, 다 녹슬고 낡아빠져버린 그 갑옷말이야.
위에 천 옷으로 살짝 가린다고 볼 품 있어지냐? 게다가 찢어지기까지?"
"자 자, 그만그만"
서로의 옷까지 비하하고 있는 모습에 철갑옷의 기사가 나섰다.
"우리가 여기 온 이유는 보물이나 오래된 기록들을 찾으려 온 거잖나, 다들 그만두지."
"...."
드디어 조용해진 두 사람.
"그리고 패션에 대해 따질거라면 내가 제일 멋지지. 이 웅장하고 아름다운 갑옷을 보게나!"
"!!!!!"
두번째 논쟁이 터졌다. 이번엔 한 사람 추가돼서.
"야 이 아저씨야! 그럴거면 머리까지 다 가리던지 투구는 왜 안끼고 왔는데? 그게 기사야?"
"저놈말에 찬성입니다, 애초에 이 시대에 갑옷을 왜 입는겁니까 총에 다 뚫리는거를"
도적과 머스킷녀가 각각 따졌다.
"하나는 아는데 둘은 모르는구만! 인간들끼리의 싸움에는 효율성이 없을지 몰라도 여긴 사람들이 전혀 살아보지도 정보도 없는 땅이란 말일세. 어떤게 튀어나와도 이상하지 않지! 이럴 때 날 보호해주는건 이 갑옷이 와따란말일세!"
중년의 기사의 고급스런 언어 선택에 둘은 말을 잃었다.
"..그래요, 일리가 있습니다. 저기 저놈같이 손가락만 닿아도 파상풍에 무조건 걸리는 저주받은 갑옷보단 훨 낫죠"
"야! 이게 전략이라고! 어떤놈이든 날 습격하려 들다가 갑옷에 상처입는순간 무조건 가는거야!"
"아 왜 아저씨까지 말려들고 그래요. 다들 좀 그만하세요!"
몸에 딱 붙는 검은 옷과 검은 드레스를 입고 작은 종을 손에 쥔 여자가 소리쳤다.
"원래 저런 작자들이니 말해봐야 입만 아프지."
옆에 같이 있던 해골가면을 뒤집어 쓰고 옷 역시 해골무늬 범벅인 두꺼운 가죽패션의 남자가 말했다.
"...."
해골가면을 쳐다보던 언쟁중인 세사람은 수긍했는지 끄덕였다.
"저 괴악한 패션은 이길 수 없소. 기권하지."
"나도 기권, 저 약초사 아저씨도 저 나이먹고 저러고 싶을까"
"기권입니다. 저 연령에 저런 가면에 옷을입고 부끄럼없이 돌아다니기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합니다."
"야 이자식들아!!!!!"
그 세사람의 말을 넘어가지 못한 해골가면의 약초사는 대노하여 제 3차 언쟁을 일으킬 조짐을 보였다가
"다 그만하라고!!!!!!"
결국 검은 드레스의 여자의 한방으로 언쟁은 정말로 끝이났다.
"그나저나 저걸 보시게. 우리가 싸우는 동안에 유적에 예상대로 다른놈들이 살고있었소"
기사가 진중하게 말했다.
"저건...."
"뭐지 고블린인가?"
"아니 저건 오크야."
머스킷녀와 도적의 말에 답변해주는 약초사.
"어...근데 오크 치고는 덩치가 많이 작지 않나요? 제가 보기에는.."
"우리 치유사 아가씨는 개미에 대해 잘 알지? 보통 덩치가 작고 평생 일만하는 일개미, 그리고 큰 머리와 큰 덩치를 갖고 태어나서 거의 놀기만 하는 병정개미.."
검은색 패션의 여자가 반문하자 약초사는 친절하게 예를 들어주었다.
"저녀석들을 고블린에 비유하면 아마 화낼걸? 개미로 따지면 일개미급에 덩치가 딱 그만하긴 하지만 아직 자라고 있을 시기여서 겹칠뿐이지 고블린 보단 더 클거다. 자세히 보면 외형도 틀려. 라쿤과 너구리의 차이라고할까."
"더 잘 모르겠는데요..."
"오크는 적어도 고블린보단 흉폭하게 생겼다고 보면 돼. 자 비켜봐"
약초사는 가방안에서 보라색 액체가 들어있던 유리병을 하나 꺼냈다.
"흐읍!"
약초사가 힘껏 던진 유리병이 유적 입구를 지키던 오크 다섯명 사이에 명중했고
다섯 오크는 비명 하나 지르지 못하고 쓰러졌다.
"와..."
치유사가 감탄했는지 약초사를 쳐다봤다.
"조그만한 녀석들은 충분히 죽일 수 있는 맹독초로 만든 약물이다."
"아저씨는 이 일 안하고 엇나갔으면 청부살인업자가 됐을 것 같은데?"
"칭찬으로 듣도록하지 파상풍도적. 이제 가자."
그들은 쓰러진 꼬마오크들에게 다가갔다.
"귀가 거의 위로 솟아있는게 되게 신기하네요."
"이놈들은 청각도 꽤나 좋지. 거슬리는놈들이야."
그 대화를 끝으로 치유사가 귀를 만지려하자 약초사가 제지했다.
"뭔가 귀가...그 책에서 보던 엘프? 랑 비슷한거같아."
"실제 엘프한테 가서 그말하면 목숨을 잃을지도 몰라. 인간으로 대체하면 엘프가 인간은 원숭이랑 귀가 똑같이 생겼다고
말하는거나 같으니. 특히 그것들은 명예라는걸 중시한다."
도적은 그말에 '아 엄청난 실례였구나'하며 수긍했다.
"약초사 자네는 정말 지식이 넘치는군. 엘프라는건 나도.. 음, 나라에 잡혀오는걸 한번 본 게 끝인데 그 때 이전엔 엘프라는 종족이 사는지도 안 믿었다네."
"어렸을때 스승님을 따라 귀한 재료들을 모으려 인간이 살지못하는 땅을 깊숙히 탐사했을때 본 적이 있었습니다.
다행히 활 몇번 쏘고 경고만 주는게 끝이라 목숨은 건졌지요. 안타깝게도 당신말대로 정말 무모한 인간들이 사람에게
알려지지않은 아주 위험한 땅들을 뒤지다가 떠돌이로 나온 엘프 한명씩을 건져 높으신분들에게 비싼값에 팔기도 하는
모양입니다만. 그전에 죽어서 안돌아온 이름들이 훨씬 많은, 죽음을 심각하게 건 도박이지요."
"흐음..그 엘프라는 자들이 활을 쏜다면 내 총 실력과 과녁시합으로 겨뤄보고 싶습니다."
"좋은 시합이 될 것 같은데?"
'어쨌든 중견오크 쯤이 한마리라도 나와있지 않은 걸 보니 그다지 큰 무리가 자리를 핀건 아니니 들어갑시다'라는 약초사의
말과 함께 5명은 유적 안으로 들어갔다.
'소설: 해결사 황금투구'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해결사 황금투구: 도시락을 배달하는 이야기5 (0) | 2020.04.19 |
---|---|
해결사 황금투구: 도시락을 배달하는 이야기4 (0) | 2020.04.18 |
해결사 황금투구: 도시락을 배달하는 이야기2 (0) | 2020.04.18 |
해결사 황금투구: 도시락을 배달하는 이야기1 (0) | 2020.04.16 |
해결사 황금투구: 한 젊은 남자에 대한 이야기12 (0) | 2020.04.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