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기는 크다고 생각했는데 뭔가 되게 깊네요."

"그러게 말일세. 이런 걸 누가 지었는지 궁금해지는군"

치유사와 기사가 등불을 들고 걸으면서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이런곳일 수록 보물이 많은 법이라구요. 의적의 감이 딱 찍었습니다."

"내가 보기에는 그냥 사람 집 털다가 잡힌 도둑의 감인거 같은데"

"너는 그냥 이상한 철덩이나 가지고 다니는거잖아!!!"

"외견이야 일반 머스킷처럼 보일지는 몰라도 엄청나게 효율적인 총이다. 근접시에는 나무권총이있고."

"나같은 빠르게 베는 단검이나 던지는 나이프가 훨씬 효율적이겠다."

 

 

"두 사람 다 조용하고 이쪽으로 와"

다투던 도적과 총사를 불러모은 약초사는 전방을 가리켰다.

 

 

"저기 사거리 앞에 옆 공간에 연기가 나는 병을 던질테니 만약 앞으로 튀어나오는 뭔가가 있으면 처리해줘"

"알겠습니다" "오케이"

 

약초사가 병을 던졌고 순식간에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리고 오크들의 그림자가 비춰지고 연기 앞으로 세명이 나타났다.

 

"세명...내가 두명을 잡겠습니다."

"저런 이상하게 생긴 놈한테 내 나이프 칼을 다시뽑아 재활용하기에는 하나면 충분해"

 

총사의 총이 불을 뿜었고 탄피 하나가 튀어나왔다. 그리고 곧바로 다시 장전하고 쏜 총알에 두 오크의 머리가 관통했다. 나머지 한명의 오크는 도적이 던진 나이프에 눈을 관통당했다.

 

 

총 세명이 쓰러지고 총소리가 났기 때문이지 나머지 두마리가 칼과 몽둥이를 들고 달려왔지만,

"총알과 나이프를 아끼지. 내가 나서겠네"

 

기사의 칼에 반토막이 나 죽어버렸다.

 

 

"정말 약초사님 말대로 소규모의 오크들만 들어와서 사는 모양입니다. 이 엄청 넓은곳에 몇명 보이지가 않네요."

"그래. 딱 그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좋아 그러면 내가 앞장설테니 어서 감세!"

 

 

그 순간,

 

 

"끼에에엑!!!!"

"엇"

 

거대한 무언가가 날라와 기사의 얼굴을 덮쳤고 순발력으로 피한 기사의 얼굴에서 피가 떨어졌다.

 

"기사아저씨!!!!"

도적이 쓰러져있던 기사 앞에 섰고 거대한 무언가는 다시 공중을 날더니 회전하여 덮쳐왔다.

 

"거대까마귀인가? 나한테온다."

 

총사의 반짝이는 총을 보더니 곧바로 날아오는 괴조에게 총사는 총을 쏘았지만.

 

'스윽'

날아오다 말고 곧바로 날개한쪽을 접어서 스치듯이 피해버렸다.

 

"큰일이군"

입을 한번 다문 다음에 총사가 다음발을 장전하려는 사이 괴조가 3m이내로 날아왔다.

날카로운 발톱에 얼굴이 덮쳐지려는 순간.

 

 

나무권총의 탕! 하는소리와 함께 괴조가 균형을 잃었고 그 반대로 몸을 틀어 피하는 총사.

"꺽!!"

"이렇게 가까이 오면.. 이번엔 못 피하지."

 

"목에 총알을 박아넣었구려. 나머지는 내가 하지."

얼굴에 상처가 나버린 기사는 언제 일어났는지 곧바로 다가와 괴조의 목을 쳐버렸다.

 

 

"기사아저씨 괜찮아요?"

"스친것 뿐이네. 정통이었으면 목이 날라갔을것 같네만. 덩치가 내 두배인 새라니."

"제가 응급처치를 해 드릴게요!"

 

걱정하는 도적을 뒤로하고 치유사는 곧바로 소독약과 푸른액체의 병을 꺼냈다.

 

 

"액체는 진통제니까 지금 드시고 상처에 더러운 잡균이 증식하기전에 소독해야해요. 정보하나 없는 동물에 당한 거라 시간이 생명입니다."

"하하하! 고맙네 치유사. 그런데 혹시 막 기도하면 치료가 되고 지금 흉터가 없어지고 그런 마법은 없나?"

"그게 될리가 없잖아요! 어디 전설인지는 모르겠지만 기도만 하고 무릎꿇으면 저절로 부러진 뼈가 붙고 튀어나온 장기가 스스로 몸안에 들어가는 그런게 되는 세상이면 병원같은건 다 망했을거에요"

 

 

"그렇지그렇지. 의사들이 망연자실해 할 걸세!"

"다만 상처를 빠르게 회복시킬수는 있지만 심각한게 아니라 쓰기엔 아까워요"

"알겠네."

기사의 이마 쪽엔 흉터가 생겼으나 피는 멎었고, 붕대를 감아 고정시켰다.

 

 

"유적이 하도 크다 보니 별것이 다 사는 모양이군."

"얼마나 오래 됐으면 동물들이 터를 잡을까 놀랍기는해요.."

 

약초사와 치유사의 말을 끝으로 5명은 유적 이곳저곳을 탐사하기 시작했다.

 

공간이 있으면 들어갔고 함정같으면 빠져나왔다.

 

그렇게 몇시간을 헤매고 그동안에 오크를 3,4마리를 잡아냈다.

 

 

"꽤 많이 온 것 같은데, 이젠 유적이 아니라 뭔가 넓은 동굴 안인것 같아요."

"유적이 던전입구랑 이어져 있었나봐. 우리생각보다 훨씬 깊었던거지."

"뭔가 이상해."

 

치유사와 도적이 말하는사이 총사가 중얼거렸다.

 

 

"뭐가 이상하다는건가요?"

"지금까지 오크를 몇마리 잡았잖아"

"네"

"뭔가 저 멀리 한 두마리가 우릴 보다 사라지는 것 같았어."

"이 어두운 곳에서 그게 어떻게 보여. 기분탓일거야."

"역시 그런가.."

 

도적이 총사에게 말하자 이내 수긍했다.

 

 

그 다음 일행은 여러군데를 더 돌아다녀봤지만 어느 단서도 나오지 않았다.

"오늘은 여기서 야영을 좀 할까? 아마 저녁이 막 시작됐을거야. 이쯤에서 쉬자고"

약초사가 말했다.

 

 

"네 좋습니다!"

모두가 찬성을 했고 한 공간에 모여 모닥불을 피웠다.

그 공간에서 더 들어가서 오른쪽으로 꺾으면 막다른 좁은 공간이 하나 더 있었는데 그곳은 탐험할 때 쓸 잡동사니들을 넣어두는 방으로 쓰기로 했다.

 

 

모닥불캠프에서 투구가 잡았던 괴조의 고기를 굽는 일행들.

 

"그나저나 마을에서 본 그 해결사란 사람은 정체가뭐지. 하루종일 투구를 안벗고 있던데"

"강하긴 꽤 강한가봐요. 혼자 그 골칫덩이들을 다 잡아오는 걸 보면"

치유사가 약초사에게 익은 고기를 주며 말했다.

 

 

"나는 그 황금투구가 굉장히 마음에 들었네! 물어보니 그냥 자고 일어나니 생겼다고 하던데"

"그냥 알려주기 싫어서 둘러대는거 같은데요"

"역시 그런가? 거짓말을 할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네만"

기사가 실망하자 도적이 킬킬대며 웃었다.

 

 

"재밌는 사람이였습니다. 머리엔 투구인데 옷은 왜 평상복이냐 물었더니 갑옷까지 입으면 다들 진짜 코스프레 하는 줄 안다더군요"

"ㅋㅋㅋㅋㅋ 기사아저씨랑 서로 합쳐야돼. 둘이 없는걸 서로 가지고있어"

도적과 총사가 웃는 사이 모두의 식사가 준비되었고 한명씩 돌아가면서 불침번을 서기로 하고 취침에 들어갔다.

 

 

 

"으음....지금 몇시지?"

"아 일어났구만"

 

치유사가 일어나니 앉아있는 네 사람이 보였다.

 

 

"아 죄송해요... 제가 꼴찌네요"

"시간을 가늠은 못하지만 내가 깼을때는 아마 해가 뜨기 직전일거야."

"저..지금까지 제가 한게 제일 없으니까 여러분들 짐을 가져올게요!"

 

그럴 필요까지는 없는데. 라는 도적의 말이 닿기도 전에 치유사는 반대쪽 구석방으로 뛰어갔다.

 

 

"제일 늦게 일어나기까지 하다니.. 내가 제대로 하는게 없는 기분이야."

지금까지 오면서 한 거라고는 기사의 얼굴에 응급처치 한 것 하나 뿐에다가 뒤쳐지게 만드는 짐이 된다는 사실에 너무 부끄럽다고 생각이 머리를 가득 채워버렸다.

 

 

"읏차.. 이거라도 해야지."

 

여러사람의 짐이다보니 힘이든다. 빨리 정렬해서 가져가야한다.

중간중간에 소리들이 들려왔지만 모두들 움직이기 위한 아침 몸풀기겠거니 생각할 뿐이었다.

 

 

 

 

"여러분들 여기 짐 가져왔..."

그리고 왼쪽으로 꺾어 걸어가자마자 그녀가 열심히 가져온 짐들을 뒤로하고 펼쳐진 광경은

 

 

 

"나랑 같이 가자 이 쓰레기들아!!!! 빨리 다들 여기서 나가!!"

하는 외침과 함께 오크에게 끌려나가던 약초사가 여러병의 병을 한꺼번에 터트려 보라색의 연기를 내며 쓰러졌으며

 

 

총사 앞을 가로막다가 전에 봤던 오크들과는 비교도 못할만큼 큰 거구의 오크들에게 둘러쌓여 

철갑옷이 박살나고 피칠갑이 되고 있는 기사. 

 

그리고 이미 죽어서 오크들에게 팔 다리 몸이 해체되어 뜯어먹히고 있는 도적과 

기사가 가로막은 틈을 통과한 작은 오크들에게 양다리와 팔 하나를 온몸으로 붙잡혀 움직일 수 없는 총사였다.

 

 

보라색 연기를 마신 작은 오크들 몇몇은 쓰러졌으나 큰 오크들은 냄새를 질색하는 티만 낼뿐 쓰러지지 않았다.

 

"아...."

 

 

곳곳에 흩뿌려진 작은 불길들에 이 모든 순간을 본 치유사가 소리를 내버렸고, 모든 오크가 일제히 치유사를 쳐다보았다.

 

"엘린...."

 

다리를 붙잡힌 총사가 있는 힘껏 다리에 붙은 작은오크 두명을 뿌리치고 팔한쪽에 있던 오크를 내동댕이 쳐버린뒤

품에 있던 작은 공같은 물건을 꺼냈다. 그리고 있는 힘껏 치유사가 있던 공간의 입구 위 암벽에 던져버렸다.

 

 

이윽고 쾅!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치유사가 있던 방 입구가 무너져 거대한 암석들로 가로막혔다.

그리고 치유사는 보았다. 그 쾅 하고 무너지는 순간 기사의 몸이 토막나고 총사에게로 달려드는 오크들을.

 

그리고 그게 끝이었다.

 

 

이제 치유사는 순식간에 혼자가 됐다.

짐을 정리하려고 쓴 3분의 시간 사이에.

 

살이 뜯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더이상 비명도 들리지가 않는다.

 

고기가 씹히는 소리와 오크들의 웃음소리만이 사방이 막힌 공간을 가득 채운다.

 

순식간에 일어난 죽음과 갇혀버렸다는 현실을 깨닫는건 막힌곳을 등지고 주저앉은지 10분후에나 가능했다.

일행처럼 씹어먹히지 않았다는 사실에 감사해야 할까. 아니면 여기서 혼자 쓸쓸하게 갇혀 굶어 죽거나 산소가 떨어져 

죽을 운명을 원망해야 하는 걸까. 시체조차 찾지 못할 것이다.

 

 

"이렇게 죽으려고 여기까지 온게 아닌데.."

눈물이 떨어진다. 그리고 뒤에서 다시 쿵쿵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설마 암석들을 다 깨부수고 뚫고오려고...?'

인간이면 불가능하겠지만 오크라는 생명체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힘이 인간보다 훨씬 쎄니까.

 

"이렇게 죽는구나...."

보고싶은 사람이 많은데.

 

멋지게 탐사하고 돌아와서 자랑거리를 퍼트리고 싶었는데.

걔랑 제대로 인사하고 오지도 못했는데.

 

사람이 오면 안될 땅을 와버린 죄야..

 

다시 비처럼 쏟아지는 눈물. 그 사이 다시 소음이 울린다.

 

'쾅!!!'

점점 더 커지는거 같아.

그런데 오크들 쪽 방향이 아니야.

 

'쾅 쾅쾅!!!!'

뭔가가 박살나는 소리가 수시로 들리고 있다. 마치 공사하는 것처럼.

 

 

"뭐..뭐야? 뭐야???"

오크쪽이 아닌 치유사가 바라보고 있는 쪽에서 나고있다. 점점 소리가 커지다가 잠깐 멈췄다.

그 소리에 오크들도 당황했는지 전혀 소리를 내고 있지 않다.

 

'쾅!!!!!'

 

반대쪽의 자연의 섭리로 만들어진 막힌 암석벽이 박살이 나버렸다.

 

그리고 먼지 사이로 한 그림자가 보이기 시작했다.

 

"아? 혹시 제대로 온건가?"

보이는건 사람의 얼굴이 아니었다. 이상한 황금색의 투구.

 

 

본인이 낸 구멍 양쪽을 양손으로 잡고 여자가 갇혀있던 공간 안으로 한발짝 걸어들어 온 뒤,

몸의 먼지와 돌 파편들을 털어냈다.

 

 

"거기 아가씨."

"...."

 

 

"음식 배달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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