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 그럼 해결입니다,"
"이야 고맙구만 고마워..."
마을 주민들 몇명이 몰려나와 투구에게 감사함을 표하고 있었다.
"아직 마을 발전이 더 필요한 상황에 이렇게 도와주면 너무 고맙지"
개척이 덜 된 땅에 마을을 이루고 사는 곳. 여러가지로 준비해야 할 것이 많은 상황에 안전에 대한 위협은 아주 큰 골칫거리다.
마을사람들이 투구에게 부탁한 것은 일주일 간 있으면서 마을을 덮쳐오는 맹수들을 막아주고
짐을 옮길때 도와주는 멀티플레이어가 되어달란 것이었다.
본인들이 작성한 목록에 있는 짐승들을 잡아다주면 포상까지 얹어주겠다는 약속까지 한 후에.
그런 이유로, 마지막 날에 마지막 임무를 수행한 투구의 옆에는 큰 흰사자의 머리 네개가 덩그러니 있었고
마을 사람들은 구경하기 바빴다.
"저놈이 우리 가축을 마구잡이로 죽인 놈이군. 나쁜놈새끼 같으니"
"이녀석들을 실제로 가까이서 보기에는 첨보네그려, 밤에 째려보는 눈광선만 봤지.."
"그럼 리스트에 있던 마지막 짐승까지 해결했습니다. 뭐, 다들 한창 바쁘실테니까 포상금을 다 받을 순 없고 그냥 반값만 주세요."
"아이구, 이 청년 이게 웬일이리랴. 돈 벌러 왔음서 우리를 이렇게 생각하는교?"
"역시역시, 내가 해결사에 부탁하자 했쟈녀. 길드넘들보다 훨씬 낫네."
"말해 뭐혀, 그 놈들은 인력비에 무기에 사용되는 비용뭐시기하면서 온갖거 얹어서 비싸게 굴잖아."
구경하던 마을 노인들 몇명이 말했다.
길드.
사실 이런일을 의뢰하기에는 길드가 더 나은 것이 사실이다. 프로들이라 확실히 준비해서 가기에 성공률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다만 해결사가 황금색의 투구를 뒤집어쓴 사람이라 이번 경우는 좀 달랐겠지만.
"자,그러면...."
의뢰를 보내온 젊은 남자가 걸어오더니 말했다.
"여기 포상금 리스트를 꽉 채워 주신것에 사실 많이 놀랐습니다. 길드까지 부를 돈이 마을에 없어서,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신문에 나있는 해결사 부분을 보고 연락을 드린 거거든요. 짐들도 엄청 많이 들어와서 힘드셨을텐데 싫은 소리 한번 안하고 성실하게 옮기시는 모습 역시 정말 인상에 남았습니다."
"힘도 장사였어 장사!"
"하하하..맞아요 어르신."
그리고 젊은 남자는 리스트를 읽어내려갔다.
'머리가 두개인 거대한 뱀 두쌍
마을의 양을 물어죽이고 도망가는 미친늑대 7마리
하늘에서 순식간에 내려와서 염소를 납치해 날아가는 괴조5마리
땅을 박살을 내놓으며 나아가는 거대두더지 1마리
강에 자주 출몰해서 사람을 습격하는 거대수달 6마리
가축이고 사람이고 안가리고 습격하는 흰사자 4마리..'
"정말 엄청나네요."
"그러게 말이여. 우리야말로 여기서 어떻게 사는건지 원"
투구가 근무하는 지역이 개척에 제일 성공한 도시라는 평가를 받는다면 여전히 온 힘을 쏟으며 개척을 진행하는 마을들이 있다. 이 세상안에서 사람이 차지한 지역이 많다고 할 수가 없는데, 그럴수밖에 없는 이유는 역시 이 포상리스트처럼 말도안되는 미지의위험도가 즐비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조금씩조금씩 진행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니 의뢰도 직접와서 하지못하고 편지로 보낼수밖에.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여기서 살아가는 이유는!"
"네 역시 아무도 모르는 땅을 뒤져가다보면 옛 인류가 남겨둔 진귀한 보물들도 맨 먼저 차지할 수 있고요"
"역시 젊은사람은 달라. 이 늙은이는 적어도 지식전수하에 나라에서 내 땅도 공짜로 줄테니 가라해서 온거구만"
"온갖 신기한 것들을 맨 앞에서 볼 수 있다는게 신기하고 우리가 적응하는 순간 마을이 대박나는거지!"
역시 온갖 이유들이 다있구나.
이 마을은 그래도 지금 60명까지 인구가 불어나 있는상태다. 아마 조만간 나라에서 모집한 인원이 더 이주해온다고는 하던데.
"수고많으셨습니다 투구씨. 여기 의뢰비와 포상금을 드리겠습니다. 사실 포상금에 걸린 짐승들을 다 잡으신다고 예상을 하질 않았기 때문에 돈을 맞출수가 있을까 조마조마했었는데 반값이라는 자비를 주셔서 다행입니다."
투구가 반값으로 포상금을 깎은 이유는 의뢰비에 포함되지 않는 엑스트라기 때문이었다. 의뢰비는 제대로 다 받아서 회사에 제출하면 되지만 개인적인 포상금은 본인의 주머니로 가기 때문에 사실 서비스로라도 그냥 해줄수도 있었지만.
사장에게 고용되어 이 일을 시작하면서 약속한 것이 있다.
'해결사는 절대 공짜로는 해주지 않는다!'
저번 금화를 챙겨왔을 때 역시 들은 얘기다.
한번 공짜로 해주기 시작하는순간 다른 업체 해결사들에게 피해가 간다고. '왜 니는 공짜로 안해줘?'라는 식으로 말이지. 개인적인 포상금이래도 안받을수는 없다.
자 그럼 계약서와 증서도 챙겼고, 의뢰도 끝마치고 의뢰자에게 돈도 받았으니 이제 돌아갈 일만 남았다.
"잘 해결한 모양이네?"
길을 걸어가던 투구에게 말을 거는 한 여자.
"그래"
"여기에서도 잘 적응하고 있어서 다행이야"
"...."
뭔가 어색하다는듯 주황색 긴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고리처럼 꼬아 말리는 여자와 그냥 바라보고만 있는 투구.
"어쩔수 없었어! 할아버지가 새로운 곳으로 이동할때마다 감시하라고 했단 말이야. 내가 옮겨온 거니까 끝까지 책임지래.."
"...."
그러고보니 인간의 영토 끄트러미, 즉 넓히기 위해 개척이 필요한 곳 가까이에 가면 항상 나타났지.
"그래서 내가 여기서 뭐 잘못한건?"
"없어! 없어! 없다구!"
진짜 없어! 라는듯 양 팔로 엑스자를 만들며 머리를 좌우로 흔드는 여자.
"음..그리고 윈터."
"...."
"지금 직업에 만족해?"
"무슨 뜻이야?"
"으음..."
그녀는 '질문이 좀 어려웠나'싶은 표정을 하더니 손가락을 입 밑에 대고 후후후 웃었다.
"너가 원했으니까, 정반대의 세상에서 살아가는걸 말이야."
"...."
"나는 너가 한곳에 머무르면서 직업을 가질줄은 몰랐어. 이런생각을 하면 할아버지한테 혼나겠지만!"
"흐음"
"그렇지만, 너라면 어떤 곳이든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살 수 있잖아. 사람이 있든없든 야생이든 아니든."
"...."
"으음, 너는 다른 인간들이 못하는 일을 마음대로 다 할 수 있어. 그래도"
'이정도 인생에 만족해?'
그녀는 그 마지막 말을 맺은채로 투구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리고
"뭐..."
"응"
"나쁘지 않아 이런 생활도."
"!"
"여행이야 이 일하면서 모르는곳까지 많이 가니까. 그리고 사람들 의뢰를 해결하는것도."
"..."
"싫지 않으니까."
그 말을 마치자마자 그녀의 두 손이 황금투구의 양쪽뺨 쪽을 어루만졌다.
"이렇게 착한애가..."
"..."
"왜 이런 철덩이가 씌워진걸까?"
"혹시..."
"...."
"나 때문일까?"
그녀가 안타까운 표정을 짓자, 투구는 가만히 바라보더니 말했다.
"언제나."
"언제나 감사하고 있어 레아."
"!"
그녀의 얼굴이 순삭간에 빨개지더니 하하하 웃었다.
"그렇지! 나 때문일 리가 없잖아!"
신경쓰이던 것이 풀렸다는 듯 밝은 표정이 투구에게 다가왔다.
"응...그래서 내가 있는 곳은 올 생각이 없는거야?"
"관심없어."
"그래도 생각하는 척이라도 해줘야지! 인간은 절대 못오는 곳이다?"
"전에도 그랬지만 그다지 관심이 없어서."
"안~~~돼!"
"?!"
레아가 장난스레 투구의 황금투구를 양손으로 꽉 잡고 본인의 얼굴쪽으로 데려갔다
.
"언젠가 자고있을때 확 납치해버릴거야!"
"그건 곤란한데...;;"
"몰라 바보야 니가 거절했으니까 어쩔 수 없어!"
";;;;;"
투구가 그녀 앞에서 굉장히 곤란해하는 사이에, 어떤 그림자가 다가왔다.
"으음? 가봐야 할 때가 왔네"
"아 돌아가게?"
"뭔가 좋아보인다??"
난처해하는 투구앞에 그녀는 히힛! 하고 짧게 웃었다.
"이것도 어쩔 수 없어~"
'인간한테 되도록 모습을 보이지 않는게 약속이니까'
그 말을 끝으로 레아는 투구앞에서 사라졌다.
"아...해결사님..이시지요? 멀리서는 누군가랑 있는 것 같으셨는데.."
"계속 혼자였어."
"아 네 아무래도 신경 쓸 일이 많다 보니까 헛것을 하하하하..."
뻘쭘하다는 듯이 웃던 파란 장발의 남자는 하늘을 보더니 눈을 떼지 못했다.
"이 마을에서 저런 새는 본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엄청 예쁜 새네요."
"...."
둘의 시야엔 하늘을 가로지르는 새하얀 새 한마리가 있었다.
"역시 미지의 땅은 달라도 너무 달라요. 뭐가 있을지 예상을 할 수 없으니.."
뭔가 남자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래서 날 찾아온 이유는?"
"아, 그게.."
남자는 주저하고 있다.
"혹시 떠나시려는 길이라면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말씀드리겠습니다."
"?"
"이 도시락을 전해주시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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