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를롯...."

"이게 도대체 뭐지...?"

 

 

사채업 패거리의 야영지에 도착한 길드원들과 샤를롯.

그들의 눈앞엔 끔찍하기 짝이없는 시체 8구와 나무에 매달린 시체 하나 그리고 구덩이에 두 구가 보였다.

 

 

하루 전, 등산객이 산을 올라갔다가 너무 깊이 들어가 길을 잃어 헤매다가 이 끔찍한 야영지를 발견했고

어떻게든 산을 빠져나와서 전에 은혜를 입었던 길드와 경비대에 같이 신고를 한 것이다.

 

 

"우욱....."

 

레니는 곧바로 토를 하러 갔고 샤를롯은 시체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무엇에게 뜯어 먹힌 흔적들이 즐비해.. 죽은 지는 적어도 이틀은 됐고."

 

그리고 뜯겨나간 것들 중에도 일부 이상한 흔적들.

 

"이 사체들은 다른 상처와 다르게 동물 이빨에 잘게잘게 뜯겨나간게 아니라 나름 깔끔하게 뜯겨나갔어"

이건 들개가 한 짓이 아니야. 하지만 그럼 무엇이?

 

 

"샤를롯... 들개가 야영지를 습격해서 모조리 뜯어먹은 모양이에요."

"아니야 뭔가 이상해. 그 전에 무슨일이 있었을지도 몰라."

 

레니의 주장에 선뜻 찬성하지 않는 샤를롯.

 

 

"저기 있는 나무에 매달린 시체는 어떻게 된 거겠어. 들개들이 매달아서 죽였을 리는 없잖아."

"그렇긴 하지만.."

 

 

"샤를롯님! 이쪽 모여있는 상자에 금화들이 꽤 많이 있습니다."

"금화?"

 

"또 네놈들이냐."

 

어디선가 들리는 중년의 목소리.

 

두 사람은 뒤를 돌아보았고 제복을 입은 남자가 나타났다.

 

 

"...레베치아 길드의 샤를롯이라고 합니다."

"엘더보른 경비대에서 파견나온 수사관이다."

 

 

"레베치아 길드의 레니라고 합니다."

"그래서 너희들이 여긴 무슨 볼일이지."

 

이 남자는 그다지 반가워하지 않는 눈치다.

 

 

"이 현장을 발견한 등산객의 의뢰로 찾아왔습니다."

샤를롯이 일정한 차가운톤으로 말했다.

 

 

"하! 그 남자가 너희들에게도 신고를했나보군. 이런 사건을 맡는 경우는 왕국의 직속 소속이 하는걸 모르나?"

 

"저희는 의뢰인의 의뢰가 들어오면 맡을 뿐입니다."

 

"왕께서 저번일로 자네들을 눈여겨보기 시작했다고해서 너무 날려고 하는 것 같군?"

 

 

저번 일.

 

저 남자가 말하는 '저번 일' 덕분에 샤를롯의 길드는 왕국에 좋은 점수를 얻었지만 자신이 하지도 않은 일을 흔히 말하는 '주워먹어' 해결한 터라 샤를롯은 기분이 그닥 좋지 않았다.

 

 

"그런 뜻은 아닙니다."

"그래. 됐고, 이제 우리 일이니 이쯤하고 빠져주게"

 

너무 몰아세웠나 싶은 생각이 들었는지 수사관은 좀더 부드러운 톤으로 말했다.

 

 

"네 그럼 채비를 해서 저희는 물러나겠습니다."

"산이 험하니 조심하서 내려가고."

 

말을 끝내고 조사관은 수사원들과 야영지를 뒤지기 시작했고 샤를롯은 길드원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샤를롯 우리도 도착한지 오래된게 아니라 채비할 게 없잖아요."

"쉿, 좀 더 시간을 끌 생각이야"

 

물러나라는 명령에 절대 안된다는 식으로 반항하는게 얼마나 자살행위인지는 샤를롯 본인도 알았다.

 

외골수에 절대 꺾지않는 신념이라도, 길드 전체의 운명이 달린 일이라면 얘기가 달랐다. 왕 직속 부하들에게 찍혀 그들이

'왕께서 임명하신 수사관들에게 반항하고 명령을 듣지 않았다'라고 보고라도 한다면 

이제 막 뜨기 시작한 길드에 엄청난 치명타가 올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최대한 어떤 결론을 내는지는 듣고 싶었다.

 

 

"굳이 우리가 들을 일은 아니잖아요 샤를롯. 우리도 신고받고 온건 맞지만 저사람들이 할 일이고.."

 

그래 그 말이 맞다. 원래같으면 그냥 내려오고 말 일이었다.

그런데 난 왜 이 일의 결론이 듣고싶은걸까.

 

 

20분 후, 수사원들이 수사관에게 모였고 서로 의논하기 시작했다.

 

"좋아, 그러면 시체를 수거하고 이곳에 있는 물건들을 모조리 챙겨라. 야영지도 모두 치워버리고. 핏자국들도 다 없애."

"!"

 

동공이 커진 샤를롯.

자신의 머리의 명령이 오기도 전에 수사관 앞으로 달려갔다.

 

 

"수사관님"

"자네 아직도 안갔나?"

 

"이 현장을 다 해체하시려는 겁니까?"

"그래, 딱봐도 들개 습격으로 다 뜯어먹혔고... 그다지 수상한 건 없네."

 

 

"하지만 저기 나무에 매달려있는 시체는 들개가 할 짓이 아니고..."

"동료들을 뜯어먹고 있는 들개가 너무 두려운 나머지 극단적 선택을 했을 수도 있지."

 

 

"...저쪽에 있는 구덩이의 시체 두구는 마치 일부러 파놓은 듯한"

"그만 그만, 우리쪽 일이라고 하지 않았나?"

 

 

"샤를롯 왜이래요?!"

레니가 샤를롯을 끌고갔다.

 

 

"참 호기심이 많은 친구로군."

수사관 역시 혀를 한번 끌 차고 일을 재개했다.

 

 

"너무 위험하잖아요 샤를롯, 그러다 밉보이기라도 하면...!"

"...않아"

 

 

"네?"

"저사람들은 애초에 해결하려 하지않아..."

 

 

"그럴리가 없잖아요, 수사관이라고요?"

"방금 금화가 가득 들어있는 상자들 포함 모든 물건을 챙겨가고 있어.. 모든 증거들도 다 없애고 있고."

 

 

"증거품 회수로..."

"아예 현장을 청소하는거야.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목표는 지역사회 안정화와 재물획득이겠지."

 

"샤를롯.."

"이 일은 묻힐거야."

 

 

그리고.. 분명 저 나무에 매달린 시체는 어디선가 본 적이 있어. 내가 어디서 봤었지?

 

 

"내려가자."

"그래요 그래요 샤를롯."

 

다들 챙겨! 라는 레니의 외침에 길드원들은 즉시 샤를롯과 함께 산을 내려갔다.

 

 
 

 

 

그로부터 약 6일 후.

 

 

"이야! 투구요원 여행은 재밌었나?"

"다녀왔습니다. 물론 놀러 간 건 아니였구요. 일주일치 예산중 남은건 직원분에게 다 제출했습니다."

 

'말이라고 하냐'라는 시선에 사장은 하하하! 라며 즐거운 웃음을 지었다.

 

 

"역시 피곤할텐데 말로 쭉 하기보다는 보고서를 보는게 낫겠지?"

"네, 여기 보고서하고 의뢰인한테 도장받았던 증서입니다."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보고서를 틈틈히 써둔 덕에 회사에서 쓰지는 않았다.

 

 

"아, 그리고 여기 의뢰비하고 부탁하신거요."

투구는 회사안에 들어올때 부탁해서 받은 큰 자루하나와 포장지에 싸여져 있는 내용물을 꺼냈다.

 

"뭣? 하하하하하!!! 역시 스페셜 에이전트 갓갓 투구요원 내 의뢰를 완전히 완수했구만!!!"

사장은 포장지를 개봉하더니 활짝 웃었다.

 

 

'뭐 저리 수식어가 길어..'

사장이 요청한대로 엘더보른산 꽈배기를 사왔다. 문제는 사자마자 기차를 탔는데도 불구하고 

일주일이나 지났으니 눅눅해진건 기본이었다는것.

 

 

"엘더보른 빵은 눅눅해져도 빵이 오래되도 최고지. 이쪽 지역이 우리나라 영토였으면 했다니까!"

 

"그러면 읽으시는 동안 저는 카페에서 요기거리라도 하겠습니다."

 

"아 잠깐만 이거 의뢰비 말이야."

사장이 자루의 부피에 눈길을 주더니 물었다.

"?"

"약속한 의뢰비치곤 너무 많은거 같은데? 어디보자... 게다가 금화?! 이 귀한걸!"

투구가 가방안과 온몸 주머니에 가득 든 금화들을 털어넣은 자루안을 본 사장은 꽤 놀랐다는 듯이 리액션이 크다.

 

 

"음...보고서를 읽어보시면 이해가 되실 거에요"

"일단 알겠어! 먹고 오게나!"

 

 

사장의 말대로 사장실에 나온뒤 회사앞 카페에서 아주머니와 인사를 나눴다.

좋은 여행이였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고 초코라떼와 토스트를 주문했다.

 

"이런 엔딩으로 끝난 의뢰도 오랜만이군."

 

항상 좋은 마무리가 나리라는 기대감이라면 해결사라는 직업은 때려치우는게 옳겠지.

아마 평균 1건 많으면 두세건만에 못하겠다고 도망가는 경우가 허다할 것이다.

 

 

일이 일정하게 들어오는것도 아니며 재수없으면 한달에서 세달간 오지로 떠나거나 죽을 위험은 언제나 따라다니고 시민들 역시 '동네건달'정도의 이미지로 본다. 게다가 고생만하다 미해결로 찍혀버리면 바친 시간과 

돈 모두 내 책임으로 쓸려버리니 이래저래 3D 직종.

 

 

"다시 가볼까"

투구는 몸을 일으켜 회사의 사장실로 향했다.

 

 

"쉬다 왔습니다."

"어...어 투구요원 자리에 앉게."

 

장난기많던 사장이 갑자기 진지해졌다. 그와중에 빵 먹는 손은 가만있지 않지만.

 

 

"아깐 좋은 여행했냐고 했지만.. 사과해야 할 것 같군. 이 보고서가 사실이라면.."

"안타깝게도 사실입니다."

"의뢰인은.. 가족까지 모두 다 몰살에 본인 역시도"

"그것도 사실입니다."

 

"흐음..."

 

"이미 그쪽 경비대에 뇌물을 주기적으로 바친 사채업 깡패들에게 강제로 말이 안되는 빚을 져 이 지역까지 도망쳐온 모양입니다. 그러다 결국 저를 데려갔고요. 제가 평생 그 깡패들 밑에서 노예로 사는대가로 자유를 얻으려고 했습니다만은."

 

 

"하지만, 상대를 잘못 건드렸군?"

"뭐..따로 말을 하진 않겠습니다."

 

 

"그러다 그 악당들을 모조리 해치우고 긁어모았던 금화들까지 가져왔지?"

"네, 워낙 많아서 다 챙기지는 못하고 그래도 최대한 가져온게 제출한 그 금화들입니다."

 

 

"이것도 엄청많은데 얼마나 긁어모은거야 그 악당들은"

나쁜짓거리를 하고 돈을 쓸어담은게 맘에 들지 않는 모양이다.

 

 

"이번 일의 종합은 자네가 너무 고생했다는거야. 하마터면 헛수고만 할 뻔 했는데 그래도 이런 복이 찾아왔군"

"...."

 

 

"내가 유일하게 걱정하는 건."

순간 표정이 구겨지며 카리스마를 내뿜는 사장.

 

 

"그들이 그 현장을 발견했을때 투구요원이 했단 걸 알아채버렸을때의 문제야. 그곳이 우리나라의 영토면 참 좋겠지만 

다른 나라의 영토니까."

 

무슨 말인지 안다.

 

국가끼리의 책임론으로 번질 수가 있다는 거니까. 사장이 가장 걱정하는 최악의 수다.

 

"하지만!"

그의 검지만 펼쳐보이는 제스쳐.

 

 

"이 저명한 저널리스트 요한 벨링거 사장의 엄청난 추론으로는...!"

"?!"

 

"그냥 신경안쓰고 넘어가도 상관없을 것 같다~ 이거지."

"그게 무슨"

 

 

"말했잖아, 그냥 넘어갈 것 같다고. 내가보기엔 제대로 조사 안해 그것들. 사람사는 곳 어딜가나 똑같지"

 

"제일 최악의 수라고 항상 말해놓고서 너무 결론이 태평하잖아요; 그리고 뭔 저널리스트에요, 맨날 자작운세 자작 일기예보 기사에 싣으시면서"

 

"내 지식(뇌피셜)을 총동원해 결론 낸 기사를 매도하지마!!"

 

말을 더 하면 나만 아프다.

 

"그러면 저는 이제 쉬러가겠습니다."

"아 그래 수고했어 투구요원. 그리고"

 

그가 금화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의뢰비로 제출하고 남은 금화들은 믿을 수 있는 곳에서 안전하게 환전해서 반은 회사 재산에 넣고 반은 요원의 은행통장에 넣어두도록 하겠습니다."

"? 저는 그다지 필요없..."

"해결사는 절대로 공짜로는 해주지 않는다!"

 

"..."

"반은 괜찮지?"

 

 

하여튼.. 월급도 따로 주면서.

"알겠습니다."

"좋아~ 내일 또 보자고."

 

 

투구는 곧바로 사장실에서 나와 정문으로 가는 길에 만난 직원들과 인사를 한 후 집을 향해 사라졌다.

미션 하나가 끝남을 알리는 순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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